분단국가의 비극은 국사교과서 선택에서도 나타난다. 교학사가 발행한 `한국사`가 애초부터 논란을 빚더니, 이 교과서를 선택한 학교들이 좌파진영으로부터 난타를 당하고 있다. 학교로 항의전화를 걸고 항의방문까지 한다. 그래서 12개 학교가 이 교과서 채택을 포기했다고 한다. 문제는 근·현대사에 대한 관점이 다른데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6·25때 유엔군을 동원해 북의 침공을 좌절시키고, 적화통일 대신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한 건국의 아버지”로 보느냐, “분단을 고착화시키고, 부패한 친일정부를 세운 독재자”로 보느냐.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국가중흥의 기초를 놓은 위대한 인물”로 보느냐, “친일 유신 장기집권 독재자”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역사기술은 역사학자의 역사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도 있다.`조선왕조실록` 또한 승자의 기록일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뀌면 기존의 실록을 변경한 `수정실록`이 따로 편찬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의 실록을 폐기하지 않고 둘을 나란히 두어 비교할 수 있게 했다. 비록 역사가 `관점`에 따라 다르게 기술될 수 있기는 하지만, 두 관점을 모두 배려한 것은 유네스코가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조선왕조실록을 등재하게 한 요인이 되었다.

전제군주시대의 역사기록도 이같은 배려가 있었는데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사교과서 선택을 두고 압박을 가한다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다. 더욱이 트위터 등 SNS에 특정 교과서를 선택한 학교 이름을 올려 항의 반대 운동을 펴는 행위도 옳지 않다. 정부가 인정한 교과서라면`정부의 기준`을 잘 지킨 것인데, 이를 반대 항의한다는 것은 일종의 반정부 투쟁이라 할 수 있다. 좌파세력이 진보란 이름으로 행세하는 나라에서 보여지는 비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은 당초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으나, 이승만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가 펴낸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재인식`이란 책에 기술한 그의 `이승만 평가`를 두고 좌파진영에서는 “이승만을 미화한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초대 대통령에 대한 편향된 시각 탓이다.

일본 문부성에는 평생 교과서만 연구한 교과서 전문가가 50여명 있는데, 한국에는 교과서를 담당하는 전문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근·현대사에 대해 균형된 시각을 가지고 권위있는 기술을 할 실력자가 없고, 그래서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세력들에 대항할 실력이 갖춰지지 않았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역사교과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도록 압박을 가하는 행위는 마땅하다고 할 수 없다. 학교들은 이런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학생들에게 편향된 역사관을 심어주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