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어떤 형태로든 남북 관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정치이념에서 벗어나면서 세계는 이미 `냉전체제의 틀`을 깨고 있는데, 유독 한반도만 구태(舊態)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IT 정보통신기술이 세상을 개방시대로 이끌어가고 있으며, 북한이 지금은 왕조시대의 전제군주체제를 유지하지만 개방의 물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올해 들어 북한은 유달리 `남북화해`를 강조하고 있는데, 냉전보다는 화해 협력이 국가발전에 유리하다는 것만은 절감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핵무기 개발에 엄청난 비용이 들고, 마식령 스키장이며, 여러 도시의 물놀이시설 등에 많은 돈이 드는 등 `선진국 흉내`내기에 국력이 크게 소모될 것이니, `돈나올 구멍`을 열심히 찾지 않으면 안된다. 돈 나올 구멍은 이미 한국과 러시아가 만들어놓고 있다. 유라시아 프로젝트이다. 이것이 성사되면 북한은 `밑천없는 장사`를 하게 되는 것이니 이 노다지를 놓칠 리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대북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유라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만들고 이를 동북아 평화 협력과 연계시키자는 구상을 내놓았다. 내가 제안한 비무장지대의 세계평화공원 사업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와 동북아 평화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것이다” 유라시아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러시아 가스관 연결 등 한-러 교역을 활성화하는 것이 우리의 경제성장과 물류비 절감의 요체인데, 그 중간에 있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물론 북한 지역의 철도를 현대화하고, 가스관 매설사업 등 대규모 대북 투자를 우리가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 같은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5·24조치를 어떤 형태로든 완화시켜나가는 일이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피살사건, 천안함 폭침 등이 있었던 2010년 우리정부는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대북교역 중단, 국민 방북 불허, 대북 신규투자 불허, 대북 지원사업 보류”를 선언했다. 이른바 `햇볕정책`으로 퍼주기를 하며 조성했던 남북화해 분위기가 일시에 얼어붙었다. 그 원인 제공자는 북측이지만 북은 여기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니 관계개선은 요원해보인다.

그러나 북측이 연속적인 화해제스쳐를 보내는 것은 `일종의 유감 표명`으로 보고 `물밑접촉`을 시도해볼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나 하는 관측도 있다. 5·24조치를 전면 해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경제협력에서는 점진적 완화가 필요해 보인다. 핵문제는 유엔과 미국이 국제정치적으로 해결하게 맡겨두고 남북은 경제에 올인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우선은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말조심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