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 박태일 지음 문학동네 펴냄, 132쪽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박태일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문학동네)가 출간됐다.

2006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 한 해 동안 머물렀던 몽골에서의 나날살이를 총 5부, 60편의 시로 오롯이 담아냈다. “언어의 생김새와 색깔, 소리 등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그것의 맛을 적절하게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은 `풀나라` 이후 11년 만에 낸 시집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말결에 대한 뛰어난 감수성을 바탕으로 낯선 몽골이라는 공간을 우리말의 리듬 속에 함축적으로 녹여내어 시적 서정의 공감대를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든다. 박태일 시인은 몽골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에 통용되는 영어식 표기보다는 실제로 생활하며 듣고 말했던 현지 발음에 가까운 살아 있는 표기를 사용했다.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지역어와 고유어 등을 살리는 노력에 공들여온 그이기에 이번 작업이 더욱 의미가 깊다.

“가을 가랑잎이 겨울까지 흘러왔다 얼음 속에 켜켜 한소끔 몰려 앉았다 호롱불 눈을 밝힌 소들이 강 위로 건너온다 어미소가 송아지를 기다려 돌아섰다 다시 걷는다 큰 키 버들숲이 이고 진 홍싯빛 노을 강우물 번지 위쪽에선 늙은 내외 기러기가 물을 긷는다 쩡 한 획 굽은 톨 강이 등짐 내려놓는다 쩡 어디선가 말 뼈다귀 찾아 문 검둥개가 지나다 그 소리에 놀라 선다.” ―`강우물`전문

“나무 장작 조개탄 장수 다 돌아간 골짝

버스도 사람을 내려놓고 문을 잠근다

흰 낙타 털 흩뿌리는 밤

기울어진 연통을 안고

아이들이 게르 위로 날아오른다

능선에는 큰 키 낙엽송이 서넛

텅 어느 눈벼랑이 갈라졌나

개가 짖는다

잠결에 젖을 물리는 어머니.”

―`백야` 전문

 

▲ 박태일 시인

단음의 의성어들은 원시의 생명력을 드러내며 `도끼` 처럼 강렬하게 시적 화자의 내면을 쪼갠다. 그와 함께 시인은, 강을 건너는 “어미소가 송아지를 기다려 돌아섰다 다시 걷는” 풍경이나 잠결에 젖을 물리는 어머니의 모습 등 자연의 위협적인 생명력 앞에 놓인 삶의 단면을 능숙하게 접고 펼치면서 특유의 회화적 이미지를 그려낸다. 그리하여 어느새 몽골은, 잃어버렸던 그리운 풍경이 돼 마음에 조용히 걸어들어온다.

“오츨라레는 몽골 말로 미안합니다

톨 강가 이태준열사기념공원 턱까지 아파트가 들어서고

벅뜨항 산 인중까지 관광 게르 식당이 번져올라

봄부터 가을 양고기 반달 만두가 접시째 떠다니는데

오츨라레 허리 세게 눌러서 아픈 발가락 당겨서

당신 나라와 당신 말씨와 당신 복숭뼈를 밟아서”

―`오츨라레 오츨라레` 부분

허나 몽골이 우리가 잃어버린 따뜻한 장면만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제가 도입된 몽골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대자연이나 아직 때묻지 않은 순박한 삶의 모습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왜곡에 그칠지 모른다.

문학평론가 이경수가 해설에서 지적한 대로 “어쩌면 몽골에서 본 사막보다 더 막막한 사막에서 살고 있는 시인과 우리에게 몽골의 슬픔과 쓸쓸함은 우리의 나날을 비춰보는 거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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