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시전집` 이해인 지음 문학사상 펴냄, 1권 732, 2권 874쪽

사랑과 간구, 깨달음과 찬미, 참회와 기도의 언어로 정결한 시 세계를 펼쳐온 이해인 수녀의 40년 시작(詩作)을 총망라한 `이해인 시전집`(전 2권·문학사상)이 출간됐다.

이 시전집은 문학사상이 창사 40주년을 맞은 2012년부터 추진됐던 것으로, 2014년 고희를 맞이하는 이해인 수녀의 삶을 뒤돌아보면서 그 봉사와 희생의 뜻을 함께 축복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해인 수녀는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출간한 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인으로서, 이 시전집은 그의 40년 문학 세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 정신을 널리 기릴 수 있는 기회가 돼 줄것으로 보인다.

이 책 속에는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한평생 진정으로 굽어보고 사랑해온 한 수도자의 진심어린 애정과 가난하고 아픈 이들에 대한 위로, 먼저 떠난 이들에 대한 그리움 등이 오롯이 담겨 있는 시들이 수록돼 있다. 또한 순결한 신심과 투명한 서정으로 종파를 뛰어넘어 시의 대중화 시대를 연 뒤 수많은 독자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그의 시 문학이 총망라 돼 있다.

세상과 인간, 자연과 사물에 대해 변함없는 사랑과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세상에 전파해온 이해인 수녀.

그가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고결한 시어들이 읽는 이의 마음을 어느 순간 깊이 위로하고 치유해주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내가 죽기 전

한 톨의 소금 같은 시를 써서

누군가의 마음을 하얗게 만들 수 있을까

한 톨의 시가 세상을 다 구원하진 못해도

사나운 눈길을 순하게 만드는

작은 기도는 될 수 있겠지

힘들 때 잠시 웃음을 찾는

작은 위로는 될 수 있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여

맛있는 소금 한 톨 찾는 중이네”

- `작은 소망` 전문

 

▲ 이해인 수녀

이 전집에는 기도시집, 꽃시집, 동시집 등을 제외한 10권의 순수 시집만을 모아 수록했는데, 1권에는 `민들레의 영토`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시간의 얼굴`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가, 2권에는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작은 위로` `작은 기쁨` `희망은 깨어 있네` `작은 기도`가 실렸다.

또한 각 권에 30여 컷의 사진을 실어 이해인 수녀가 지금껏 살아온 생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게 했다.

화보에는 이해인 수녀의 어린 시절부터 수녀회에 입회할 당시 및 수많은 문인들과 인연을 쌓은 소중한 사진들이 포함돼 있어 그 의미를 더한다. 한마디로 이 전집은 그동안 많은 독자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기쁨을 선물했던 이해인 수녀의 모든 것이 한데 모아져 있는 기념비적인 저서라 할 수 있다.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 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 있는 연필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살아 있는 날은` 전문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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