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민作 `Courtship`
대구와 경북지역의 미술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작가들의 작품전인 `카코포니(Cacophony) ⅸ`전이 오는 31일까지 대구 갤러리 분도에서 열린다.

갤러리 분도는 매년 젊은 작가들을 발굴, 육성하기 위한 `불협화음`이라는 뜻의 카코포니전을 열어왔다. `카코포니 ⅸ`전은 평면 회화와 설치 오브제, 미디어 영상 작업을 통해 4명의 젊은 작가들은 존재와 조형예술에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각자의 독창적 방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권세진의 작품 `박제된 시간`은 그가 몇 년간 살아오던 자취방에서 이사 나오던 날을 테마로 잡고 있다.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유년시절의 졸업앨범과 그 속에서 잊고 있었던 인물들이 작품으로 옮겨졌다. 작가는 과거의 기록을 현현하는 예술 작품으로 옮기는 데에 사진과 회화의 시각적 차이 혹은 공통점을 고민한다. 박초록의 사진 작업 `Dynamic Korea`는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의 패션을 꼬집는다. 세대별로 식별이 가능한 미적 취향이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비슷한 스타일의 의상이나 액세서리 류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착안된 그녀의 작업은 일상 속에서 모델들을 탐색한다. 작가는 본인이 염두에 둔 패션 코드가 가장 밀집돼 있으리라 예상한 장소에 직접 가보거나, 인터넷을 통해 자원자를 모집하는 등 적극적인 여러 방법을 통해 그 모든 인물상을 하나의 군집체로 합친 인물사진을 완성한다.

안민의 작품 `Courtship`은 개별 존재 속에 깃든 이중성을 끄집어 낸 회화 작업이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평소 성품이 술을 마시고 정반대로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본 작가는 내면에 관한 궁금증을 작업으로 구체화한다. 그는 마치 사람 속을 다 들여다보듯 투명한 PET 필름지 위에 물감을 짜서 속도감 있는 필치로 동물의 탈 가죽을 덮어 쓴 인간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생각하는 것을 그리는 행위 자체를 통해 매 순간 삶의 당위성을 확인하고 변명한다는 작가 장들의 작품은 영상과 평면 작업으로 이뤄져 있다. 이 작품들은 그녀 스스로가 포착하지 못하는 정신적인 깊이를 파헤쳐 들어간 징후다. 화면 속에서 연필로 그려진 어떤 사람이 걸어와서 몸의 가려운 부분을 긁는데, 그 몸 안에서 또 다른 자신이 나오고 내가 나를 잠식하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연결한 영상 작품 `일인실`이다. 이 작품은 공동체 속의 자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갤러리 분도 관계자는 “카코포니 전에 출품된 신진 작가들의 개성 있는 작품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젊은 날의 패기를 표상하는 동시에 완벽한 화음으로 조화를 이룰 미래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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