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결한 집` 정찬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76쪽

세계의 불온한 질서들을 엄숙하고도 진지하게 추궁하는 소설가 정찬이 새 소설집 `정결한 집`(문학과지성사)을 출간했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세계의 이해할 수 없는 섭리들을 파헤치며 미지의 희망에 한발 더 다가선다.

그의 질문은 지금-여기의 현실을 겨누다가 역사와 신화, 판타지로 뻗어나간다. 이를테면 본인의 결핍을 메우려 자식에게 초인적 역할을 기대하는 어머니와 순응 동기를 상실한 아들(`정결한 집`)이나 일제의 난징학살(`오래된 몽상`)과 같은 `현상`을 작가의 의식 깊숙한 곳에서 재구성한 `내막`으로 채워 문제의 처음과 지금을 다시 묻고, 재개발(`세이렌의 노래`)이나 부당해고(`흔들의자`)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신화-종교와 병치시켜 부조리의 원류를 추적해나가는 식이다.

정찬은 시대의 화두 앞에서 에두르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시쳇말로 그의 소설은 돌직구다. 가정불화와 과도한 학벌 경쟁이 희대의 패륜을 낳았고(`정결한 집`) 개발과 발전의 미명 아래에서 사람들이 불타 죽었다(`세이렌의 노래`). 백척간두에 올라 생존권을 호소하는 노동자(`흔들의자`)와 신념에 따라 집총을 거부하는 청년의 목소리도 들린다(`녹슨 자전거`). 그런가 하면 자식의 결혼을 앞두고 빈부의 격차가 곧 신분적 질서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는 어느새 구경꾼이 돼 있고(`모과 냄새`) 자본의 논리가 이 시대 신전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범을 행사하고 있다(`오래된 몽상`).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 일이 분명 충격적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 특별한 자극을 주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인간은 운명이 자신에게 다가와 덮치지 않으면 그 형태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음유시인의 갈대 펜`).

그러므로 처음의 당혹감은 급속도로 반감된다. 아마 어떤 침팬지가 학술원으로부터 글을 청탁받을 만큼 인간 지능의 평균을 뛰어넘는다 해도(`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오래지 않아 익숙해질 것이다. 이 책은 `당시`의 충격을 되살리고 공유함으로써 이 지난한 운명을 우리가 함께 짊어지고 있음을 환기한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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