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속임수다` 리링 지음, 김숭호 번역 글항아리 펴냄, 928쪽

국내 최초로 출간되는 고문헌, 고고학의 대가 리링 베이징대 교수의 `손자` 주석 및 해설서 `전쟁은 속임수다-리링의 `손자`강의(글항아리)가 출간됐다.

국내 동양학계에서 선진시대 병법 전문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에 이 책은 의의가 깊다.

리링 교수는 이 책을 통해 고대 병서라는 것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출현했으며 `손자`라는 책의 다양한 판본이 어떻게 지금의 형태로 완성돼 왔는지에 대한 형성사적 역사를 수십 쪽에 걸쳐 매우 세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금본(今本) `손자`와 고본(古本)`손자`의 체재와 내용 상의 차이점, 조조 등 역대 `손자` 주석가들의 장단점, 현대에 들어와 이뤄진 `손자` 연구, 해외에서의 `손자` 연구 등을 차례대로 읽으면서 소화할 수 있게 구성됐다.

단순히 군인을 독자로 상정하고 병서를 번역한 것이 아닌, 군인에서 문인까지 이르는 독법과 손자병법 응용연구, 손자에 대한 철학적 접근 등 `손자`의 사상적 차원에 큰 의미를 두고 있고 병법 기술적 차원도 인간행동학의 차원에서 심도깊게 접근하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용병술과 전략을 통해 국가, 경제, 인간, 사회 집단의 다양한 군상과 의미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저자는 세계적 안목에서`손자`를 읽을 수 있도록 세계에서 쓰여진 많은 병서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철저하게 언급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손자` 연구를 일일이 검토하고 소개하고 있으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한 구절 한 구절 `손자`와 대비해서 그 체재상의 차이,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의 공통점과 차이, 구체적인 병술과 전략에서의 공통점과 차이를 매우 면밀하게 고증하고 음미하고 있다.

서양철학사는 “플라톤에 대한 긴 주석”이라는 말이 있듯, 동양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명나라 모원의는 “`손자`가 가장 잘 쓰여진 병서이며, 그 밖의 병서는 `손자`를 주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무비지` 권1 `병결평`서문)라고 말했다.

병서는 중국 고대의 유산으로 수량이 매우 많은데, 대략 계산해보더라도 선진시대부터 청대에 이르기까지 4천여 종이나 된다. 이 많은 책들이 모두 `손자`에 대한 주해에 불과하다는 말은 어느 정도의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손자`의 경전적 지위를 깨닫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그간 학계와 재야의 적지 않은 `손자` 전문가들이 기다려온 이 책은 `손자`에 대한 완벽한 주석과 신선한 해석으로 2006년 중국의 각종 상을 휩쓸었으며 현재까지 재판을 거듭하며 “가장 많이 읽히는” `손자`해설서의 권위서로 군림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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