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식당` 김성대 지음 창비 펴냄, 152쪽

▲시인 김성대

2005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성대 시인의 두번째 시집 `사막 식당`(창비)이 출간됐다.

김수영문학상 수상작인 첫 시집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더욱 농밀해진 감각적 언어와 선명한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사물의 본질과 삶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예리한 통찰력과 활달한 상상력의 세계를 선보인다.

`판화처럼 나는 삽니다` `물옥잠` `월롱역`을 첫 시집에서 감상할 수 없었던 등단작 3편을 포함해 총 55편의 시를 수록했다. 전통 서정의 문법에 기대어 있으나 다소 낯설고 난해한 듯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뿜어내는 시편들을 접하는 동안 부지불식간에 미지의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경이로운 체험을 가능케 한다.

“속에서 열없는 팽이가 돌고 있다/흩어진 얼굴을 비워야 할 시간/속을 끼얹듯 세수를 한다/`나는 반성문에서 시작되었다`/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면서 뉘우치면서…. 어떤 거짓이 나를…. /이제 그것을 자백하자/그것을 위해 지금껏 말을 잃지 않은 것처럼/말하지 못한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이/식초처럼 말갛게 속을 비운 얼굴로(`본질범`부분)

식물성의 언어가 돋보이는 김성대의 시는 폭넓은 사유와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자아내며 자유로운 연상 속에서 부드럽게 흐른다.

첫 시집에서 `귀 없는 토끼`라는 치명적 결함을 지닌 존재를 내세워 자기 정체성을 잃고 사라져가는 사물들과 감각이 격리되는 순간에 몰입해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한결 예민해진 시선으로 “눈을 잃은 고양이”(`딸기밭`), “갈라진 손톱으로 눈알을 긁는” “색맹의 아이들”(`이안류 2`), “깊은 바다에서 울음을 멈춘 새들”(`해바라기 이데아`)과 같이 일상의 감각을 잃고 마비 증상에 시달리며 “내려앉을 곳을 잃어버린/얼굴을 앓고” “점점 근소해지”(`우기의 장례`)는 존재들에 주목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