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다고 옳고, …` 이지누 지음 알마 펴냄, 356쪽

전국에는 5천400여 곳의 폐사지가 산재해 있다. 이미 오래전 법등이 꺼진 이들 폐사지에는 몇몇의 석조 유물들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남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와 같다고 옳고, 다르면 그른 것인가 -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기-충청 편)`의 저자 이지누는 80년대 후반 구산선문 답사를 시작으로, 오랜 세월 전국의 주요 절터를 수차례 답사해왔다. 여러 장소를 찾아가기도 했지만, 특히 같은 장소라고 해도 시간대별로, 계절별로 반복해 답사함으로써 절터의 진면목을 그려내기 위해 애써왔다.

더구나 충청도 절터의 경우에는 저자의 공부방이 있는 수도권 지역과 그리 멀지 않아 훌쩍 오가기를 옆집 가듯 했다. 이는 얄팍한 감상과 흔한 자료가 뒤섞인 답사 기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넓이와 깊이를 이 책에서 기대하게 한다.

`나와 같다고 옳고, 다르면 그른 것인가`는 그렇게 온전히 저자의 머릿속에 그려진 충청도 절터들 가운데 아홉 곳을 세심하게 선별해 다뤘다. 보령 성주사터부터 책의 여정을 시작해 서산 보원사터, 당진 안국사터, 제천의 사자빈신사터와 월광사터, 충주의 미륵대원사터, 숭선사터, 청룡사터, 김생사터까지 충청도 절터의 진경을 펼쳐 보인다.

저자는 때로는 시적인 감상으로, 때로는 설화와 전설과 민담으로, 때로는 불교와 관련된 역사적 사료로 절터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 또한 현장의 느낌을 실감나게 전달함으로써 독서의 흥취를 더한다.

사진들은 단순한 현장 스케치가 아니라, 한컷 한컷이 글과 어우러지면서도 독자적으로 분명한 메시지를 발산한다. 이를 통해 일반인의 눈으로는 무심히 건너뛰기 쉬운 충청도 절터의 진면목을 순례자의 맑은 눈으로 또렷하게 부각시킨다.

독자들은 이들 절터의 흔적을 찬찬히 더듬어봄으로써 불교의 역사.문화. 사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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