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대게잡이 그물 30% 만드는 `영덕군장애인보호작업장`
14명 경·중증장애인, 숙련된 기술로 자립 일궈
“일터는 축복”… 도내 최우수 작업장에 선정도

▲ 영덕군장애인보호작업장 이재영 원장.

영덕군 강구면 금호리 장애인보호작업장. 쌍용호 선장 이재복(42)씨는 수시로 이곳을 찾는다. 그가 경북도내에서 가장 튼실한 대게를 잡아 올려 대게잡이 명장 반열에 오른데는 이 작업장의 그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씨는 종전만 하더라도 대게를 잡는 것보다 어망 손질 등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정확하게 그물코를 꿰야 하는 등 그만큼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구상하는 방식대로 주문만 하면 된다. 이곳에서 주문대로 뚝딱뚝딱 잘도 제작해 내기 때문이다.

영덕군 장애인보호작업장이 개관 6년만에 영덕군내 대게그물의 30%가량을 만들어 내는 곳으로 우뚝 섰다.

14명의 경중증장애인들이 한마음이 돼 이룬 성과다. 근로자 중에는 왼팔이 없는 이가 있는가 하면 지체장애인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오랜 기간 숙련을 통해 필요 기술을 습득, 정상인 못지 않다. 특히 이들은 장애에 대한 아픔과 현실의 냉혹함을 먼저 겪어 왔기에 서로 간의 정이 두텁다. 또 공통분모가 있기에 작업장 분위기 또한 어떤 조직보다 화기애애하고 따스하다.

이 작업장은 2006년에 사업비 7억2천800만원을 들여 영덕군이 세웠다. 부지3천273㎡, 연면적513㎡ 규모.
 

▲ 영덕군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들이 대게 그물 살갈이 작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강구항 일원에서 건조된 건어물 등의 작업을 하다 수입이 시원찮아 주변의 권고로 어망손질(신망 제작, 살갈이 작업, 어망 분리 등)에 나섰는데 적중했다. 당시 이런저런 도움을 준 이재복 씨 등은 현재 큰 고객이 됐다. 현재 거래처만 30곳이 넘고 지금도 매일 어망그물 40폭 이상을 완성하며 꾸준히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정은 모두 수작업이다. 장애인 근로자들이 제품 하나하나 정성 쏟아 만든다.

원장 이재영(57)씨는 “우린 제품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다보니 제품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것들이다. 따라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당연히 성취감도 높다. 이곳 근로자들이 갖는 또 다른 긍지는 임금이다. 비록 최저임금에서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매월 꼬박꼬박 받고 있다. 타 장애인작업장은 이곳 임금의 절반도 못 받는 것을 이곳 근로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한다. 이들이 묵묵히 흘린 땀과 노력 결실도 여럿 있다. 우선 경북도내 최우수장애인작업장에 선정됐다. 영덕이라는 열악한 조건에서 거둔 것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 영덕어업인들에게도 적잖은 혜택이 있다. 과거 같으면 이 작업을 부산 등지에서 했어야 했기에 물류비용과 시간 경제적 부담이 컸지만 이제는 지척에서 해결이 가능하게 됐다. 7번 국도변에 늘 봐왔던, 어민들의 폐어망 보수도 이제 이곳의 주요한 일이 되고 있다. 바닷가 공터마다 어민들이 그물 털기 등을 해 미관을 찌푸리게 하던 작업이었지만 영덕군장애인보호작업장이 특정 공간으로 옮겨 깔끔하게 처리한다.

영덕군내 가로변 환경이 한결 산뜻해 졌음은 물론이다. 이곳 근로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침에 출근해 종일 일하고 저녁에 돌아가는 것이 축복 그 자체라는 것이다. 삶을 변방에서 살았고, 직업은 꿈꾸기에 화려했던 것들이었기에, 지금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왼쪽 팔이 없는 장애를 가졌으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일하고 있는 탁성준(41)씨는 “장애인들이 일할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숨겨진 잠재능력이 무궁무진하다”면서 지역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영 영덕군장애인보호작업장 원장은 “영덕작업장이 현재 수준으로 오기까지는 근로자들이 흘린 피땀의 산물”이라면서 “더 많은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템을 개발하는 등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덕군내에는 3천900여명의 장애인이 등록돼 있다.

영덕/이동구기자

    이동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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