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신 객원 논설위원 로타리코리아 이사장·발행인

한국인 뿐만은 아니다.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데 돈과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는가를 따져 보았더니 49.76%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미인 지수는 세상 살기가 각박해질수록 더 심해질 수는 있지만 결코 내려갈 수치는 아니다.

볼테르는 이렇게 말했다. “두꺼비에게 미모를 물었다 하자. 귀 밑까지 찢어진 긴 입하며 툭 튀어나온 두 눈, 뒤뚱거리는 배를 가리킬 것이다”

찰스 다윈 역시 인간을 포함시킨 동물에게 미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했다.

동양인의 전통적 미의 기준은 삼백(三白) 삼흑(三黑) 삼홍(三紅)이다. 살결·이빨·손은 희고, 눈동자·눈썹·머리칼은 검어야 하며, 입술·볼·손톱이 붉으면 구색(九色)을 갖춘 미인이 됐다.

그렇지만 요즘은 다르다. 서양 미인을 쫓는 여성들로 거리가 넘친다고 한다. 삼백 삼흑 삼홍 사람들이 붉은 머리와 황새다리같이 마른 여인을 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남존여비 사상이 심했던 조선시대에는 엉덩이가 작으면 아이 들어설 공간이 작고, 유방이 작으면 아들의 자양분이 적다하여 무자상(無子相)취급을 받아 시집가기가 어려웠다. 그 시절이었다면 요즘의 마른 여자들은 세월 건네기가 참 어려웠을 것 같다.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楊貴妃)와 궁녀들을 거느리고 연못 나들이를 할 때다. 모두들 아침에 핀 흰 연꽃을 보고 감탄사를 늘어놓자 “연 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내 말을 알아듣는 해어(解語)만은 못하지”라고 현종은 양귀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때부터 해어화(解語花)는 미인을 가리키는 어원이 된 것 같다.

당대의 시인 백거이가 양귀비를 두고 “얼굴을 돌려 한 번 웃으며 백가지 교태가 일어난다”고 `장한가`에 적었을 정도로 타고 난 미인이었다. 무색(無色)하다는 말도 여기에서 나왔다. 궁궐 여인들이 아무리 분으로 가꾸어도 양귀비 앞에서는 얼굴빛이 제대로 날 수가 없었다.

오나라 서 씨는 얼마나 미인이었던지 빨래터에서 서 씨를 훔쳐보던 물고기가 숨 쉬는 것을 잊어버려 바닥에 가라 앉아 버렸다고 한다.

20세기 들어 미국 등 구미는 미인의 조건을 따지는데, 분석적이고 구체적이다. 피부·이빨·손은 희고 입술·뺨은 붉고, 허리 손 발 세 개는 가늘고, 입술·가슴·엉덩이는 풍부해야 된다고 했다. 아프리카나 카리브는 걸을 때 뒤뚱거릴 정도로 살이 찐 여성일수록 미인으로 친다.

미인이 오래 사는 경우는 드문가 보다.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을 했던 여성들 가운데 50을 넘긴 경우가 드물다는 외신 보도를 보면 미인박명(美人薄命)은 동서양이 비슷한 것 같다.

마릴린 몬로는 1962년 36살에, 제인 맨스필드는 34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페이지 영은 약물사고로 죽었다. 미녀는 남자들의 관심이 되는 건 시대를 불문하고 동서양이 같다. 남자들이 스스로 견디도록 놔두지 않고 도화(桃花)살이 끼게 만드는 것이다.

세월이 변해서 여초 시대에서는 미인계 쓰면 오히려 혼이 날 수 있다.

시대정신으로 보면 미인이 되면 바로 대중 스타가 되니 모두가 가꾸는 것이다. 인물이 좋다는 것은 직장에서도 남다른 자신감을 갖는 데 영향력을 미치니 뜯어 고치는 게 집수리하는 것보다 쉬운 시대다. 그렇지만 학문과 지성이 뒤따라야만 자기 운명대로, 또 때에 따라서는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아도 지닐 수 있다.

육신의 아름다움은 찰나다. 꼿꼿하던 등이 굽어지는 것도 탄력으로 넘치던 우유 색 피부에 버짐이 붙고, 잡티가 피는 것도 찰나다. 요즘말로 치면 S라인 몸매(앞태)를 보다가 뒤태를 보고 굽어보다가 휘어보고 하지만 세월이 가면 그 단단한 육신도, 얼굴도 흐물흐물해지는 게 인간의 몸이 아닌가.

자신을 탄탄하게 가꾸는 것이 신문 사회면을 도배하는 성범죄 난리에서도 이길 수 있는 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