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 줄고 기름값 올라 이중고… `우려반 기대반` 태풍에 희망 걸어

▲ 이재열(가운데)씨가 출항을 위해 위해 배 위에서 그물 손질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강구면에서 30년째 배를 타고 있는 이재열(49·강구면)씨는 태풍 볼라벤을 보내고 깊은 상념에 잠겼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내심 태풍이 바다 물길을 바꿔주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씨는“오죽했으면 태풍이 몰아쳐 바닷속을 휘저어주길 기대했겠냐. 안잡혀도 너무 안잡힌다. 기름값은 오르고 고기는 안잡히고 죽을 맛이다”고 말했다.

이씨 처럼 지역 어민들 대다수가 어획량 급감에 따른 적자생활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어민들은 태풍이 무섭기는 하지만 고기를 몰고 올 수 있다는 희망에 `우려반 기대반`으로 태풍을 맞이했다. 하지만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대다수의 지역민들과 달리 어민들은 고기씨가 말라버린 바다만 하염없이 원망하고 있다.

이씨는 “바다에 나가는 게 두려워. 어차피 잡지도 못할 거 기름값이라도 아낄 요량인거지”라며 출항을 망설였다.

실제 태풍이 지나가면 어획량이 크게 늘어난다. 지역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 매미나 루사 등 태풍이 몰아친 이후 바다속 물고기가 급증하는 현상을 보였다. 태풍 이후에는 한동안 바다에서 살 정도로 호황을 누린다는 것이 어민들의 증언이다.

바다의 수온은 보통 18~22℃사이에 바다 생물들이 활동하기에 가장 좋게 되는데 태풍이 이같은 역할을 한다.

이씨는 보통 출항을 하면 보름정도 바다에 나가 문어, 새우, 고등어, 골벵이를 잡는데 요즘은 어획량이 크게 줄어 바다에서 일주일을 버티기가 어렵다며 적자 안보면 다행이라고 했다. 안움직이는게 되레 돈을 버는 셈이다.

이처럼 바다를 안고 사는 어민들은 날씨, 어항, 인력, 제일 힘들게 하는 고유가 영향으로 조업을 포기하는 어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영덕군 수산과장은 “어민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태풍에 희망을 걸었겠느냐”며“어자원 보호와 육성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번 고갈된 어자원이 회복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민기자 이재복

    시민기자 이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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