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아직 확인된 것 없지만 계속 수사" 사의표명 관계없이 당분간 수사 불가피

이상득(77) 새누리당 전 의원을 구속함으로써 '형님 권력'을 건드린 검찰이 이번에는 청와대 핵심부를 향해 칼날을 겨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근접 보좌해 이른바 '문고리 권력'으로 불려온 김희중(44)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전격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부속실장은 13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날 오후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명했다.

김 부속실장은 "보도 내용처럼 금품수수는 하지 않았지만 이름이 거명된 데 도의적 책임을 진다"며 일단 자신에게 쏠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애초 휴가를 중단하고 청와대에 출근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로 했지만, 청와대에 들어오지는 않은 채 사의만 전달했다.

김 부속실장은 지난 1997년 당시 신한국당 국회의원이던 이 대통령의 비서관으로 연을 맺은 이후 무려 15년간 핵심 참모이자 개인 비서로 곁을 지켜왔다.

서울시장 시절엔 의전비서관을 역임했고 대선 캠프와 인수위 시절엔 일정을 담당했으며,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제1부속실장에 임명됐다.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며 일정을 관리하는 비서관급 직책으로 대통령의 심중을 가장 잘 아는 최측근이 맡는 자리다.

그만큼 각종 민원이 많이 파고들 수 있고 비리에 휘말릴 소지도 적잖은 역할이다. 과거 김영삼 정부의 장학로 부속실장, 노무현 정부 때의 양길승 부속실장이 각각 개인비리와 향응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검찰은 김 부속실장이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그동안 내사를 진행해온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부속실장이 임 회장과 친분이 있어 파봤지만 지금까지는 (금품수수 혐의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공여자의 구체적인 진술이나 금품을 수수한 정황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수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원칙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긴 하지만, 어디서든 의혹과 관련한 단서가 입수되면 주저하지 않고 수사를 벌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다른 수사 관계자는 "현재 김 부속실장과 관련한 진술이 나온 것은 없지만, 그가 저축은행 측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단서와 증거가 나오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 고위관계자도 "저축은행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것"이라며 김 부속실장에 대한 내사가 중단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에서 김 부속실장의 사표가 수리된다면 표면적으로는 의혹이 일단락되는 모양새를 갖출 수도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은 김 부속실장과 관련된 의혹이 보도되자 자체 경위조사에 나섰지만 사의 표명 이후에는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부속실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사표 수리와는 별개로 단서와 정황 증거 등에 입각해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큰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