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수장들 공방… 시리아 사태 상대방에 책임 전가

▲ 미국의회예산국(CBO)이 오는 9월30일 끝나는 올해 회계연도의 재정적자 규모가 1조1천7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적자 누증의 책임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12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소재 프랭클린 인스티튜트의 대선 운동 행운동 행사에서 연설하는 오바마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의`해빙`흐름이 다시 얼어붙을 조짐이다. 양국 고위 당국자간의 언행과 메시지가 심상치 않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09년 취임한 이후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는 이른바`리셋`(관계 재설정)이라는 흐름속에서 우호적인 관계로 복원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하며 권좌로 돌아온 이후 양국 관계는 요란하게 삐걱대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시리아 사태 해법을 놓고 양국이 얼굴을 붉히며 대립하기 시작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12, 13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쳐서 공방전을 펼쳤다.

클린턴 장관이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에 공격용 헬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라브로프 장관은 합법적 무기 판매라고 발끈하며 오히려 “미국이 시리아 반정부군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에 클린턴 장관은 물러서지 않고 아예 러시아와 시리아의 모든 군사협력 관계가 중단돼야 한다고 더 밀어붙였다.

시리아 정부군의 시위대 유혈진압 사태가 내전으로 발전해가는 양상의 책임을 상대방에 전가하는 양상이다.

양국 외무장관간의 설전은 오바마와 메드베데프가 노력해서 구축한 `리셋` 이 한계에 봉착했을 수 있다는 가시적 신호로 볼 수 있다.

양국 관계의 암운은 푸틴 대통령의 재등장 이후 징조가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예정됐던 5월 중순 오바마 주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불참했다. 미국 방문에 앞서 6월초 중국을 방문했다.

미국과의 관계회복에 노력했던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과는 다른 외교노선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게다가 올해초 부임한 마이클 맥폴 주러시아 미국대사의 노골적인 반(反) 러시아 발언 파문도 관계 악화에 한몫했다.

오바마-메드베데프 체제에서 양국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 협정 타결, 대(對) 이란제재 협력,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가입, 러시아 영토를 통한 아프간전 물자 공급 등 굵직한 사안의 협력과 지원이 잇따랐다.

푸틴 체제 등장이후 이런 흐름과는 전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오는 18~19일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첫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 회담은 향후 양국 관계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중요한 외교치적중 하나로 꼽고 있고, 주요 국제 현안을 풀어가는데 있어 러시아의 협력이 절실하다. 하지만 푸틴은 지난 대선 기간 캠페인의 슬로건으로 반미(反美)를 내세웠다.

시리아 사태를 계기로 두드러지고 있는 양국의 갈등이 일시적인 마찰이 될 것인지, 아니면 섣불리 봉합하기 힘든 방향으로 치달을지가 국제사회의 관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