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짐에 대하여' 민음사 펴냄, 장 보드리야르 지음, 하태환 번역, 104쪽

수포스트모더니즘의 대가 장 보드리야르의 유작 `사라짐에 대하여'(민음사)가 출간됐다.

이 책은 2007년 향년 77세의 나이로 타계한 장 보드리야르가 남긴 마지막 텍스트들 가운데 하나로, 사라짐에 관한 깊은 사색을 담고 있는 짧은 에세이다. 그는 근대와 함께 시작된 인간의 잠재적 사라짐에서부터 기술과 미디어의 발달로 초래된 이미지의 범람으로 인한 모든 실재의 사라짐에 이르기까지, 사라짐에 관한 다양하고 복잡한 사유의 변주를 이 짧은 텍스트 안에서 엮어 나간다. 이미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의 본질을 꿰뚫은 바 있는 그는 객관적 지식 습득과 기술 지배를 향해 나아가는 현대에 실제 세상과 인간은 사라졌으며 현대의 문화는 유령으로 가득 찼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사라졌지만 그가 던진 메시지는 공룡 같은 매스 미디어에 실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거대한 권력에 지배되는 이 세계를 이성적으로, 비판적으로 바라볼 것을 여전히 우리에게 촉구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사라져 버린 세상에 대해 말하자. 사라짐의 문제이지 고갈, 소멸, 또는 몰살의 문제가 아니다. 자원의 고갈, 종의 멸종은 물리적 과정이거나 자연적 현상일 따름이다. 바로 거기에 차이가 있다. 인류는 분명 자연 법칙과는 아무 상관없는 특수한 사라짐의 방식을 발명한 유일 종이다. 어쩌면 사라짐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장 보드리야르가 2007년 죽기 직전에 남긴 텍스트 가운데 하나인 `POURQUOI TOUT N`A-T-IL PAS DEJA DISPARU?(WHY HASN'T EVERYTHING ALREADY DISAPPEARED?)', `왜 모든 것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가?'를 옮긴 것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포스트모더니즘 문화 이론가, 현대성에 대한 가장 뛰어난 해석자, 하이테크 사회 이론가 등으로 불리는 장 보드리야르는 철학과 문학, 사회 이론, 사진, 영화, 공상과학 등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글을 통해 현대 사회를 분석하고 그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보여 왔다. 그는 원본과 복사본, 현실과 가상 현실의 경계와 구분이 없어지고 이미지와 미디어가 지배하는 현대 소비 사회를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 개념으로 논파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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