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거듭날 수 있을까. 검찰 수사결과 속속 드러나고 있는 금감원 간부들의 비리행각을 보면 회의적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사고가 터질때 마다 그 원인을 인력부족 탓으로 돌리곤 했다. 하지만 실상은 금감원 직원들이 검은돈에 취해 저축은행의 부정과 비리에 눈을 감은 것이다. 금감원 간부들은 각종 검사와 관련해 편의를 제공하고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뜯어냈다. 검사역 한사람이 이 저축은행, 저 저축은행을 돌아다니며 파렴치범의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 이런 상습적인 금품갈취를 내부에서는 눈치채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니면 관행으로 묵인했던 것인가. 검찰 수사나 사정당국의 조사가 확대돼야 한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지난주 금감원 연구원 이모씨와 수석조사역 윤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이씨는 2007년 9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금감원의 각종 조사와 관련해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제일저축은행 경영진으로부터 10차례에 걸쳐 4천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3년 동안 아무런 죄의식 없이 돈을 챙긴 것이다. 윤씨도 비슷한 기간에 에이스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에서 돈을 받아냈다. 압권은 지난 16일 구속기소된 전 금감원 부국장 검사역 정모씨다. 정씨는 2010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토마토저축은행 신모 감사로부터 “금감원 감독과 검사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5차례에 걸쳐 현금 2억2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정씨는 앞서 보해저축은행에서 4천만원 상당의 그랜저 승용차를 받고, 부산저축은행에선 검사 보고서를 허위로 만들어준 혐의로 기소된 바 있어 `저축은행 비리 3관왕`에 올랐다. 그 뿐만 아니라 정씨는 자신의 동생이 토마토저축은행에서 받은 대출금 잔액도 대신 갚아주겠다는 은행 측 제의를 받고 이를 승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도덕불감증이 이들 일부 직원에 국한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음달에는 저축은행의 추가퇴출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이 지난해 7~9월 85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한 경영진단 과정에서 적기시정조치를 미뤄준 5개 저축은행의 유예기간이 지난해 말로 종료됐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부 저축은행에서 차명대출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금감원 직원들이 또 연루되지 않았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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