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새마을금고 대의원선거
자료 명단 유출에 선거홍보도 부족
“선거법 저촉여부 검찰에 판단 요청”

“이름은 모르고 그냥 쪼가리(쪽지) 대로 찍으면 돼. 1, 6, 9는 찍지 말고 3, 8, 12, 14, 15… 찍어서 대의원돼야 지금 이사장 다시 할 수 있잖아.”

최근 선거에서 당선된 한 경북도내 한 새마을금고 대의원이 투표 후 자리에서 내뱉았다가 다른 투표권자에게 녹취됐다는 내용이다. 누군지 알 것 없이 이 번호 저 번호에 무조건 찍어라, 그래야 현재의 이사장이 또 이사장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릴 소지가 있는 이야기다. 여러 후보 번호가 나열된 것은 한꺼번에 10여 표를 행사해야 하는 해당 새마을금고 투표 방식 때문이라고 했다.

일부 새마을금고의 건전성이 문제되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경영자의 잘못이 도사리고 다시 그 배경에는 경영자 선출 과정의 결함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돌고 있다. 선거가 도대체 어떻게 이뤄지길래 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일까, 최근 실시된 한 새마을금고 선거 뒷모습을 들여다 봤다.

해당 새마을금고는 이미 불법대출로 문제를 일으킨 적 있는 곳이다. 경영자인 이사장은 벌써 20년 이상 그 자리를 지켜왔다. 이번에 또 당선되면 재임기간이 30년에 이를 참이다. 이사장은 대의원을 먼저 뽑은 후 그들이 간접선거로 선출토록 돼 있다고 했다.

이 금고의 대의원 피선거권자는 600여명. 그 중에서 120여명을 공식 대의원으로 뽑는다고 했다. 10개 이상의 선거구로 나눠 회원들이 대의원 선출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일부는 그런 사실조차 몰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선거 자체가 제대로 홍보 안 됐다는 뜻일 것이다. 그걸 들어 일부에서는 이사장에 가까운 사람들을 중심으로 출마가 권고된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었다.

둘째는, 누군가가 주도해서 만들었을 `대의원 선출 기초자료 명단`이라는 게 공공연히 유통돼 의심스럽다고 했다. 거기에는 `예비 대의원` 139명의 이름, 연락처, 주소, 현 경영진과의 관계(친척·친구·지인·화수회원관계 등)가 기록돼 있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 명단이 실력자 측이 특정인을 대의원에 당선시킬 목적으로 작성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실제로도 그 명단에 오른 사람들은 거의가 대의원에 당선됐다. 그런 중에 어떤 선거구에서는 한 대의원이 투표장을 찾아 당선시킬 후보자 번호가 적힌 쪽지를 돌리다 발각돼 공개사과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선거가 이렇게 진행되자 한 새마을금고 회원은 “많은 회원들과 만나 왔지만 대부분은 대의원 선거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고 통지서를 받은 적 있다는 사람은 더 없었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박근혜 전 대표가 출마하더라도 당선되지 못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말썽이 퍼진 뒤 해당 새마을금고의 일부 대의원과 회원들은 이런 선거가 법에 저촉되지 않을지 검찰에 판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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