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출마 염두 둔듯

주민들 허탈…“납득 못해”

서중현 대구 서구청장이 14일 전격 사퇴했다.

서 구청장은 이날 오후 5시 구청 회의실에서 400여명의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구청장으로서 많은 한계와 안타까움을 느꼈다. 생존과 직결된 민원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답답함을 수없이 경험했다. 너무 큰 벽을 느껴 보다 큰 일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 구청장은 또 “여러 사람들이 차기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다. 올 연말까지 구청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서구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아 구정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사퇴한다”며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하는데 부담을 느낀 듯 “구청장으로서 한계가 많았다. 1천배 이상의 예산을 끌어와 주민에 보답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서 구청장은 2008년 6월4일 보선을 통해 당선된 이후 지난해 6월2일 선거에서 재선하는 등 3년4개월여간 구청장직을 수행해 왔다.

서 구청장의 사퇴에 따라 오는 10월26일 재보선에서는 대구 수성구 시의원, 대구 서구청장 선거가 실시된다. 경북에서는 칠곡군수, 울릉군수 등 기초단체장 2곳, 안동(나), 영주(나), 울릉(가) 등 기초의원 3곳 등의 선거가 치르진다.

서 구청장 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매우 부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서구민은 “정말로 실망스럽다. 서 구청장은 그동안 여러번 서구 선거에서 낙선하다가 동정표에 힘입어 당선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구청장이 이렇게 그만둔다니 그야말로 허탈하다”고 했다. 다른 한 구민은 “구청장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 임기 중 사표를 내는 것은 주민 기만행위다. 구청장 자리를 디딤돌 삼아 정계로 진출하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법을 제정해서라도 사퇴를 막아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들은 이로 인해 초래될 세금 낭비를 우려했다. 올 10월 재보선이 치러질 경우 서구청장 선거에 들어가는 예산은 약 7억원 정도에 이르기 때문이다. 현재 서구청은 재정이 열악해 추경예산도 편성하기 힘든 실정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구 관가에서는 서 구청장의 사퇴에 총선 출마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도 설왕설래되고 있다. 산하 기관장 임명 및 간부 승진인사 등에서 이견이 생겼다는 소문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문까지 나돌자 시민 노경태(44)씨는 “구를 위해 일하라고 뽑아준 구청장이 총선에 나가느라 주민을 저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잡음이 들리는 것은 더 바람직하지 않다”며 광역시에서의 단체장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 또한 “단체장이 중도사퇴해 최초의 민심을 저버리는 행위에는 문제가 많다. 이는 결국 재정낭비로 이어져 주민의 예산이 누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만약 말썽이 문제가 됐다면 더 충격적이다. 중도사퇴에 대비한 행정공백 등 제도적 장치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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