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무로후시 父子 금메달 세리머니

남자 해머던지기 결승이 벌어진 29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아들 무로후시 고지(37·일본)가 3차 시기에서 81m24를 날자 응원석에서 지켜보던 아버지 무로후시 시게노부가 팔을 번쩍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우승을 확신한 부자는 각각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 6차 시기에서 헝가리의 크리스티안 파르시가 80m 선을 넘겨 간담을 서늘케 했지만 81m18로 6㎝가 부족한 것으로 측정되면서 무로후시는 금메달을 일찍 확정했다. 무로후시 고지가 7번째 도전 만에 마침내 세계대회 정상을 밟은 것이다.

무로후시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아시아 투척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내 세계를 놀라게 했던 선수다. 하지만 그는 당시 2위에 그쳤었다. 헝가리의 아드리안 아누시가 약물 검사에 적발돼 메달을 박탈당하면서 금메달을 승계한 것이었다.

그때의 금메달이 행운의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경쟁자를 따돌리고 얻은 소중한 금메달이다.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이 종목에서 아시아의 파워를 뽐냈으니 더욱 그렇다. 무로후시는 2001년 에드먼턴 대회와 2003년 파리 대회 해머던지기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냈으나 유독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올림픽 이후 8년이 흐른 올해 무려 37살의 나이로 대구에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은 최고기록 81m24를 두 번이나 찍는 등 6번의 시기 중 네 번이나 80m를 넘어 12명의 경쟁자 중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무로후시의 아버지인 무로후시 시게노부는 같은 종목에서 일본선수권대회 12연패, 아시안게임 5연패를 달성한 원조 철인이다.

루마니아 창던지기 대표 출신인 세라피나 모리츠와 결혼해 무로후시를 낳았다. 어머니를 닮아 외모가 서양인에 가까웠던 무로후시는 키 187㎝, 몸무게 99㎏으로 당당한 체구를 갖췄고 특히 악력에서 탁월한 힘을 발휘해 자연스럽게 해머던지기에 입문했다.

시작과 함께 괴력을 발휘한 무로후시는 80m를 밥 먹듯 넘겼으며 2003년 6월 84m86까지 던졌다. 그 기록은 8년째 아시아기록으로 남아 있다.

올해까지 일본선수권대회 17연패를 달성해 아버지의 기록을 훌쩍 넘었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까지 석권하면서 가문을 빛냈다.

/이곤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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