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시인의 산문집`그래도 사랑이다`는 촘촘하게 직조된 결 고운 명주처럼 곱다. 그리고 맑고 깊은 우물처럼 시인이 바라본 이 세상의 풍경과 내면세계가 웅숭깊게 그려져 있다. 시인은 자신보다 앞서 살다 간 수많은 예술가, 철학자들이 남긴 경구(警句)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예술가들의 언어에 자신의 사유를 펼쳐놓으면서 세계의 비의와 삶의 곡절들을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다. 인간의 삶을 마부의 인생을 통해 반추하고 있는 부분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인간은 덜커덕거리는 수레를 끌고 무한대의 길을 가는 지친 마부이다. 고삐는 마부의 삶을 결정한다. 누구나 수레에 탈 수는 없다. 고삐는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이 기우뚱거릴 때 고삐는 느슨해진다. 삶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사랑 또한 이와 같다. 사랑은 믿음으로 튼 둥지이다. 둥지 속에 가득 찬 알은 곧 믿음이다. 믿음이나 사랑이 보이지 않는 집은 숲 속의 빈 새장과 같다.” 시인은 우리의 삶이나 사랑은 돌이킬 수 없는 흐르는 강물 같은 것이어서 한번 흘러가 버리면 누구도 손댈 수 없다고 한다. 데이비드 호킨스의 말을 빌려 사람이 일생동안 노력해야 할 것은 `가지기 위해`,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있으며 그래야 무엇이 진정한 성공인지, 보람된 삶인지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 사랑은 매우 넓고도 두꺼운 것이다. 우리의 삶과 이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래서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이름, 그것은 사랑이다.

/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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