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이르면 15일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에 대한 교체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가운데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기용을 둘러싼 여권내 논란이 갈수록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은 14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권 수석의 법무장관 후보 지명은 당과 정부 모두에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당내 의견수렴을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이들은 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양대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선거관리 주무장관으로서 공정성 시비를 일으킬 수 있는 인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당 지도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태근 의원은 회의에서 “당내 다수가 부적절한 인사라고 하는데도 홍준표 대표가 당의 의견을 청와대에 전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는게 적절한가”라며 “최고위원들이 직을 걸고 인사 강행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주부터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가 진행될 예정인데 이미 권재진 수석은 국조의 증인요청을 받고 있다”면서 “잘못된 인사가 반복돼왔는데,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광덕 의원도 “청와대는 6공 시절에 민정수석을 검찰총장에 임명한 사례가 있다고 변명하고 있다”며 “그러나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은 당내 의원들 뿐 아니라 민심과도 동떨어지고 시대정신에도 맞지않는 부적절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홍 대표를 겨냥해 “법무장관 인사와 관련해 당 대표가 의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불쑥불쑥 말을 하는데 앞으로 당 운영을 그렇게 하면 독선적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권 수석의 경우 자질이나 능력에서는 참으로 뛰어나다는 평가이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논란과 우려가 있다”며 “평창에서 딴 점수를 다 잃게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당 쇄신모임인 `새로운 한나라`의 김성태 의원도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은 임기말 국정운영과 선거관리의 공정성에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무리한 인사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당 일각의 반발 기류에 대해 친이(친이명박)계는 `장관직은 대통령의 참모로서 신임받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가는 게 맞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대통령의 인사권을 훼손한 일이라고 맞섰다.

친이 직계인 조해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권 수석에 대한 반대 논리가 참모 출신이라는 것인데, 나는 지난 정권에서 한나라당이 그런 논리를 내세울 때부터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권 수석의 법무장관 임명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에게 장관은 참모이며, 참모가 대통령의 철학을 이해하고 소통하고 신임받는다는 것은 일을 하는데 장점이지 결격사유가 될 수 없다”며 “그것은 국회와 사법부, 언론이 견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영우 의원도 “대통령제 하에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철학을 공유하는 국무위원이 되는 게 맞다”면서 “결정적 하자가 없다면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에서도 원내대표가 당대표가 되고, 최고위원이 사무총장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따지고 보면 `회전문 인사`라고 할 수 있다”면서 “많은 의원들이 총선을 의식,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려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법무장관, 검찰총장 인사와 관련해 오늘 당과 상의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며 “당과 상의한 뒤 검증 모의청문회 등 최종 검증 절차를 거쳐 빠르면 내일 인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명단을 정리해서 오늘 중 당에 넘길 것”이라며 “이후 검증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법무장관에 권재진 민정수석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나라당 지도부가 동의한다는 답변을 보내오면 검증 모의청문회를 거쳐 권 수석을 지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검찰총장에는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이 다소 유력한 가운데 차동민 서울고검장도 함께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권 수석의 법무장관 이동시 공석이 되는 민정수석 후임은 천천히 임명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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