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39층 높이의 `테크노마트` 건물이 5일 오전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래 위로 흔들려 방문객과 입주 상인 등 수백명이 대피했다. 광진구청은 안전진단을 위해 최소 3일간의 퇴거명령 조치를 내렸다.

◇사건 전말 =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10분부터 약 10분간 테크노마트 사무동 건물인 프라임센터(39층)의 중·고층부가 상하로 흔들렸다. 이에 놀라 건물 상주 인원 3천명 중 약 500명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 건물 20층에서 일하는 임준희(36)씨는 “어지러울 정도로 건물이 위 아래로 흔들렸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다른 직원과 함께 건물 밖으로 피했다”고 말했다.

건물관리소 측은 오후 3시쯤 “건물에 미세한 진동이 있다는 민원이 접수돼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프라임센터는 진도 7 이상의 내진설계가 돼 있지만 전문기관이 안전진단을 실시할 계획이다. 자체적으로 조기퇴근할 것을 권장하니 협조바란다는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고 말했다.

고층건물의 경우 좌우로 흔들리는 것은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일로, 바람이 많이 부는 날 63빌딩 전망대에 서면 예민한 사람의 경우 울렁거림까지 느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테크노마트와 같은 고층 건물이 상하로 흔들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상하진동의 원인 = 서울대 건축학과 홍성걸 교수는 고층 건물에서 상하 진동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으로 기초구조물·수직부재 파손, 공명현상, 슬래브 진동 등 3가지를 꼽았다.

무엇보다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기초구조물이나 수직으로 힘을 떠받치는 기둥이 손상됐을 때 상하 진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그러나 “설계 당시 안전률을 높게 하기 때문에 임의적인 구조변경이 있지 않고서는 이러한 손상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가능성은 주변의 진동에 따른 공명현상이다. 일대에서 발파 공사를 하는 등 진동이 생길 경우 건물이 이에 동조해 진동이 일시적으로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기둥과 기둥 사이에 바닥을 구성하는 수평 슬래브가 부분적으로 진동할 가능성이다. 기둥과 기둥 사이의 간격이 큰 건물에서 상하 진동이 일부 층에서만 발생했다면 슬래브 진동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도 “특정 층에서만 진동을 느꼈다면 슬래브가 공명현상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평과 수직이 맞닿는 접합부에 손상이 있을 수 있으니 우선 그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중에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권기혁 교수는 “테크노마트가 한강변에 자리잡은 건물임을 고려하면 최근 폭우로 뻘 지형에 물이 유입해 수위가 변하면서 건물을 움직였을 수 있다”며 “지반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면 지반 보강 전까지 건물을 재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반 변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테크노마트 빌딩 = 테크노마트는 프라임그룹 산하 ㈜프라임개발이 현대건설에 맡겨 지은 지하 6층, 지상 39층 규모의 높이 189m 짜리 건물로, 12층 높이의 `판매동`과 39층 높이의 `사무동`이 연결된 구조를 하고 있다. 2천500여개의 전자매장과 패션쇼핑몰, 멀티플렉스 극장을 두루 갖추고 있어 국내 복합 전자상가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대지면적 2만5천260㎡, 연면적 25만9천731㎡ 규모로 1994년 10월 착공해 1998년 3월 완공됐다. 완공 당시 전체면적 기준으로 단일 건물로서는 최대 규모로, 여의도 63빌딩(전체면적 16.6만㎡)의 1.6배 달하는 크기다. 공사에 사용된 철골 무게만 모두 3만2천t으로 역시 단일 건물로서 당시에 최대 무게의 건물이었다.

국내 최다 에스컬레이터(66개)와 엘리베이터(36개) 수를 기록했으며 당시로서는 생소한 무빙워크도 설치됐다.

일반 시민에게 테크노마트의 존재를 알린 것은 무엇보다 국내 최초로 생긴 멀티플렉스극장이다. 총 2천석 규모의 11개 상영관과 연계된 외식·쇼핑시설은 신선한 문화적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이후 비슷한 형태의 복합 쇼핑몰 건축이 유행했다.

10층 높이의 쇼핑몰에는 할인마트, 가전제품관, 생활명품관이 있으며 상층부에 멀티플렉스극장이 있다. 사무동인 프라임 센터에는 은행, 증권 등 금융회사와 프라임그룹 계열사, 게임종합지원센터, 벤처기업 등이 입주해 있다. 테크노마트의 1일 평균 유동인구는 10만여명, 상주인구는 1만여명에 이르며 약 1천500개 점포가 입점해 있다.

◇프라임그룹 급성장 주도 = 건설 당시 모래사장과 쓰레기 하치장 등으로 방치된 유휴지에 초대형 복합 상가를 짓겠다는 계획이어서 사업 초기부터 난항을 겪은 데다 한창 공사 중이던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자금조달 문제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개장 이후에는 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서 가깝다는 뛰어난 입지와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도입, 당시 IT벤처 열풍에 편승한 전자상품 위주의 구성을 앞세워 서울 동부 한강변의 `랜드마크 빌딩`으로 큰 화제를 모으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특히 강변 테크노마트는 2000년대 초반 `개발사업의 성공신화`로 일컫어지며 이후 프라임그룹의 급성장을 뒷받침하는 계기가 됐다. 강변 테크노마트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프라임그룹은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주변에 신도림 테크노마트을 열고 한글과컴퓨터, 동아건설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가 무리한 기업 인수의 여파로 재무 구조가 악화돼 2008년 신도림 테크노마트 사무동, 지난달 강변 테크노마트 사무동을 잇따라 매각하기도 했다.

◇안전진단 = 테크노마트 건물은 6개월마다 한번씩 안전점검을 받고 있으며, 지난 3월 진단 당시에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준공 10년만인 2008년 실시된 광진구의 정밀안전진단에서는 안전에 이상이 없는 `B등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입주 상인들 사이에서는 과거에도 몇 차례 건물이 흔들린 적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연합뉴스=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