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절반가격에 소비자 몰려… 수입 폭증

삼겹살은 서민들이 주로 찾는 음식재료다. 직장인 회식 때 인기 메뉴도 삼겹살 구이다. 하지만 그런 삼겹살이 구제역 파동으로 값이 올라 `금겹살`로 불리게 되면서 국민식품으로서의 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시민들이 비싼 삼겹살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싼 외국산 수입 돼지고기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입 돼지고기는 이미 국내산 삼겹살 자리를 거의 점령한 상태라고 정육점 상인들이 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구제역 때문에 살처분된 돼지는 360만 마리를 웃돌았다. 그 이후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했다. 경북도 물가관리시스템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구제역 발생 당시 경북에서 500g당 평균 8천696원에 판매되던 국내산 삼겹살이 지난 5월에는 1만1천153원으로 무려 28.2%나 값이 뛰었다.

반면 21일 이마트 포항 이동점에서 판매된 외국산 냉장 삼겹살(500g) 값은 5천900원에 불과했다. 옆 진열대의 국내산 삼겹살 1만1천400원보다 51.7%나 쌌다. 그러다보니 서민들은 자연스레 외국산으로 발길을 돌려, 이 이마트 육류 매장을 찾은 주부들은 거의가 국내산을 외면하고 수입 돼지고기 고르기에 바빴다.

대형마트에서의 외국산 판매량 증가세는 두드러져, 홈플러스 포항점의 경우 국내산 삼겹살 가격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1일~20일 기준으로 외국산 매출이 일년 전보다 430%나 늘었다. 같은 시기 이마트 포항 이동점에서도 증가세가 110%에 달했다. 이마트 포항점 축산물 담당자는 “작년에는 프랑스산 냉동 돼지고기만 판매했는데 현재는 캐나다 등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나라 돼지고기도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비 증가를 따라 외국산 수입량도 대폭 늘고 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수입 검역을 통과한 외국산 돼지고기는 17만9천985t으로 작년 같은 기간 8만1천387t에서 무려 121.1%나 증가했다. 특히 미국산은 8만2천569t으로 242%나 늘었고 전체 수입량의 45.9%를 차지했다. 또 그동안 수입이 많지 않던 독일산·덴마크산 수입량도 각각 22배 및 9배 증가했고, 폴란드·헝가리·스페인·프랑스 등 기타 유럽 지역으로부터도 수입이 밀물을 이루고 있다.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정부는 지난 1월 수입 돼지고기에 적용하는 관세를 6개월 동안 완전 철폐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외국산 돼지고기가 더 거세게 서민 식탁을 장악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포항축협 관계자는 “새끼돼지가 큰돼지로 자라기까지는 최소 6~10개월 걸려 국내산 공급량이 당분간 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사료값마저 지난 15일 크게 올라 국내산 돼지고기 값의 고공행진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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