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인생 여행` 민음사 刊, 대니 월러스 지음, 496쪽, 1만6천원

`서른 살`을 키워드로 하는 도서들이 강세다. 사회 초년생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거나 또는 혼란을 겪으며 자신의 미래를 다시 모색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인생의 중요한 시기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서른 살에 반드시 알아야 할 처세술, 재테크 비법, 인생의 지혜 등을 알려 주는 여러 책들이 최근 다수 등장했다. 서른 살에 겪는 심리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거나 그들에게 위안을 전하는 책들도 인기다. 하지만 서른 살의 위기를 좀 더 재기 발랄하고 즐겁게 넘길 수는 없을까?

`서른 살의 인생 여행`(민음사 간)은 전작 `예스 맨`에서 기발한 아이디어와 과감한 행동으로 위기를 오히려 행복의 기회로 만든 유쾌한 괴짜 대니 월러스가 자신이 겪은 서른 살의 위기를 다룬 아주 특별한 인생 실험 다큐멘터리다.

저자 대니 월러스는 서른 살 생일을 앞둔 어느 날 자신이 어른이 되어 가고 있으며, 더구나 평범한 중년 남자가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던 중 어릴 적 물건을 모아 둔 상자 속에서 낡은 주소록을 발견한 그는 옛 친구들 역시 서른 살을 앞두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그들도 나처럼 어른이 되는 것이 불안할까?` 하는 물음이 떠오른 그는 소중한 친구들의 이름만 적어 놓았던 그 특별한 주소록의 열두 친구들을 직접 만나 보기로 결심한다. 여러 난관을 헤치고, 어쩌면 대단치 않지만 어쩐지 실행에 옮기기 힘든 이 프로젝트를 해내며 대니 월러스는 여러 가지 인생의 깨달음을 얻어 간다. 그리고 똑같이 나이를 먹어 가는 친구들의 인생을 자기 인생과 함께 나란히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서른 살의 인생 여행`은 서른 살을 앞두고 막연한 불안에 떠는 20대 후반의 사회 초년생들, 결혼을 하고 어느덧 안정된 생활에 익숙해졌지만 `이것이 과연 내가 원했던 것일까` 의문을 품기 시작한 30대들 모두를 위한 책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친구 100만 명보다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단 한 명의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진정한 소셜 네트워킹의 의미가 무엇인지 말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독특한 실화 에세이는 서른 살의 위기를 넘기는 특별한 방법을 제안한다.

30대가 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은 나뿐일까?”

와, 정말 백만 년 만에 생각 난 이름이었다. 이 친구들은 모두 어디 있을까? 지금쯤 뭐가 되어 있을까? 모두들 행복할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들도 서른을 앞두고 있다. 그들은 서른이 되는 것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그들도 나와 같은 기분일까? 그들도….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을까? (62쪽)

20대 후반에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를 서글픈 마음으로 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서른 즈음이란 “또 하루 멀어져” 가는 청춘을 아쉬워하며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누구나 고민하는 시기이다. 새로운 사춘기로 떠오르는 불안한 이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 대니 월러스 역시 30대가 되는 것, 이제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민을 해야 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멀어져만 가는 그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서른 살의 인생 여행`은 서른 살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어떤 거창한 방법론이나 대단한 조언이 필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자신을 이해하고,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친구란 언제나 불안한 인생살이를 옆에서 지지해 주는 존재로서 그 소중함을 증명하지만, 옛 친구가 소중한 것은 그들이 나의 특별한 역사를 기억하고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옛 친구의 존재를 기억하고 그들과 관계를 지속한다는 것은 내 뿌리를 잊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소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기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기 힘들 때가 많다. 주변 환경에 맞춰 사회적 요구에 따라 사고를 하고 행동을 하다 보면, 문득 `이건 내가 아닌데.`라는 좌절감이 들기 마련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기억하고 그것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은 일이다.

`서른 살의 인생 여행`은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을 기억하고 중심을 잃지 않는 방법으로, 옛 친구를 만나 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예전의 소중했던 관계를 잘 유지해 볼 것을 권한다. 어쩌면 정말 좋은 우정이라면 영원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그 우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과거에 비틀거리고 넘어지는 걸 지켜보았고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아는 그 친구들이 계속 곁을 지킨다면, 어떤 인생의 위기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른 살의 인생 여행`은 정말 소중한 소셜 네트워킹은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옛 친구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깨우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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