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4일 국회를 통과하자 지역 수산업계와 축산농가들은 올 것이 왔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수산업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어업환경이 채산성 악화에 따른 조업 중단까지 걱정하고 있고, 구제역 파동을 딛고 재기에 몸부림치고 있는 축산농가들은 직격탄을 맞게될 것이라며 파급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산업계 설상가상

포항수협 임영식 상무는 “관세 철폐로 골뱅이·문어·새우 등을 잡는 통발업계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어려움에 처해 있는 국내 어민들이 채산성 악화로 조업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걱정했다.

구룡포수협 한두봉 상무도 “오징어에 의존도가 높은 구룡포 연근해 자망어선들의 피해도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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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주산지인 경남 거제수협 옥성호 소장은 “매년 12월에서 이듬해 1~2월 잡히는 대구는 국내 수요로 충분히 소비돼 수출할 여력이 없다”며 “당장 혜택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의 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EU와 수산물 무역이 많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수입 쿼터가 정해져 수입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FTA 영향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 축산농가 직격탄

포항축협 이원보 상무는 “구제역 파동을 겪은 축산농가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며 “축산농가를 살릴 수 있는 정책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한 비준안 반대운동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장우 ㈔한국농업경영인 경북도연합회 회장은 “비준안은 농업인단체와 전문가가 합의한 피해보전직불제 발동요건과 보전율, 품목지정 방식 개선 등 보완할 점이 많았다”며 “이번 비준안 통과는 농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졸속조치”라고 말했다

김희동 한국농수산대학 교수는 “FTA로 유럽산 치즈 등 유제품이 들어오게 되면 국내 낙농업은 사실상 붕괴직면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낙농업계에서 여러 차례 정부와 여당에 `사전 대책을 마련하기 전에 한-EU FTA를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성명서를 냈는데도 축산업계를 무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예열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사무처장은 “축산물 분야가 전면적 개방된다면 그나마 구제역을 딛고 재기를 모색하던 축산농가를 더욱 사지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지자체 등이 추진 중인 무상급식의 핵심은 지역 농산물의 안정적 판로 확보인데 지역 농산물을 우선 사용하면 협정에 위반,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인 셈”이라고 경고 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농·축산 및 소상공 분야의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한데도 상생법을 운운하며 국민을 속인 채 법안을 통과시킨 것 자체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윤경보기자kbyo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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