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한류팬 도심서 공연 연장 요구 `유쾌한 시위` 벌어져

“두 장을 구입해야 하는데 난 해낼 것이다! 제발 구입할 수 있기를. 꼭 슈퍼주니어를 보고 싶다.”(아이디 Makijoo)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소속 최고 K-POP 그룹들의 파리 콘서트! 프랑스 첫 상륙을 위한 역사적인 콘서트! 다른 그룹들의 문을 열어주는 콘서트가 되길.”(아이디 Mopiou)

지난달 26일(현지시간) SM 소속 가수들의 합동 공연인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인 파리` 공연 티켓이 오픈하자 티켓 예매처인 프랑스 프낙(FNAC) 사이트에는 이와 비슷한 댓글이 쏟아졌다. 티켓을 구입한 팬과 그렇지 못한 팬의 희비도 엇갈렸다.

다음달 10일, 약 7천석 규모의 프랑스 파리 공연장인 `르 제니스 드 파리(Le Zenith de Paris)`에서 열릴 이 공연 티켓은 예매 15분 만에 매진됐다.

이후 프랑스의 한류 팬 모임인 `코리안 커넥션` 회원들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추가 공연`을 요구하는 인터넷 청원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1일에는 한류 팬 300여 명이 파리 루브르박물관 입구 피라미드 광장에서 추가 공연을 요구하는 `플래시 몹`(일정 시간과 장소를 정해 일제히 같은 행동을 벌이는 이벤트) 형태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유럽 전역에 K-POP 상승세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의 프랑스 통신원인 민지은씨는 “이미 지난달 27일부터 프랑스의 릴, 스트라스부르그, 투르 등지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있었으며 지난 1일 시위에는 보르도, 낭트, 메츠 등 프랑스 팬과 마드리드와 바로셀로나에서 온 스페인 팬이 함께했다. 오는 7일에는 프랑스의 리옹과 마르세유, 독일의 뮌헨 팬들이 플래시 몹을 펼칠 예정”이라고 4일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가요 관계자들은 지난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권역을 강타한 K-POP 열풍인 신(新)한류가 유럽까지 번졌다는 점에서 적잖이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

아이돌 그룹들이 이끄는 K-POP 붐의 유럽 내 현주소와 그 배경은 무엇일까?

유럽 내 K-POP 팬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징후는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3일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에 따르면 빅뱅 유튜브 채널의 유럽 지역 조회수는 지난해 12월부터 3일까지 570만여 건을 기록했고 지역별 조회 순위는 프랑스, 영국, 스웨덴, 핀란드 순으로 집계됐다.

또 빅뱅과 투애니원은 최근 프랑스의 한 K-POP 사이트(kpopfrance.com)에서 프랑스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벌인 한국 아이돌 남녀 그룹 인기투표에서도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YG가 K-POP 해외 커뮤니티인 `수피(SOOPI)`와 현재 진행 중인 `빅뱅이 방문하길 원하는 나라별 투표`에서도 유럽 국가 중에선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이 높은 순위로 나타났다. 빅뱅은 투표율이 높은 지역을 방문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지난 1월에는 동방신기의 신보 `왜(Keep Your Head Down)`가 전 세계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는 독일 사이트 `미디어 트래픽(media traffic)`의 `유나이티드 월드 차트(United World Chart)` 4위에 올랐다.

SM 유튜브 채널의 유럽 지역 조회수도 2009년 6월부터 3일까지 8천만여 건을 기록 중이다.

글로벌 콘텐츠, 디지털 기반 확산

SM 관계자는 “SM 유튜브 채널에는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의 팬들이 댓글을 올린다”며 “전 세계 229개국에서 이 채널을 통해 소속 가수들의 영상을 접하고 있다. 지난해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개인 여행차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공항에 300여 명의 팬이 환영나온 데서도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단 한 차례의 현지 프로모션 없이 생겨난 결과라는 데 주목했다.

그 배경으로는 디지털 미디어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으로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아이튠즈 등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겨나 현지 프로모션 없이도 평가받고 소비되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국내 음반기획사들은 이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마케팅 툴에 적용했다.

YG 양현석 대표는 “지금은 대중이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좇는 시대인 만큼 YG는 수년 전부터 유튜브 등 해외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알리는 마케팅을 펼쳤다”며 “뮤직비디오뿐 아니라 방송사와 저작권 협의를 거친 음악 프로그램 영상도 유튜브와 구글 등에 제공한다. 그 덕택에 미국과 유럽, 남미까지 팬이 확산됐다. 현재 내한 중인 블랙아이드피스의 윌.아이.엠은 공연차 방문한 브라질에서 투애니원의 팬이 많아 놀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K-POP이 디지털 환경에서 생산된 전세계 콘텐츠 중 사랑받는 힘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에 있다는 데도 이견이 없다.

SM 김영민 대표는 “SM이 보유한 전세계 망을 통해 애초부터 월드와이드한 콘텐츠를 제작했다”며 “북유럽 최고 작곡가 곡에 미국 안무가가 만든 춤과 한국의 프로듀싱을 더하고 가수는 각기 다른 언어로 노래했다.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통해 만든 콘텐츠이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닌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