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2년 앞으로… 물위로 올라온 잠룡들

신묘년 새해 벽두부터 대권가도의 잠룡들이 용트림하고 있다. 대선이 2년도 남지 않은 시점인데다 내년 4월이면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어서 여야 잠룡들은 올한해 세력규합과 조직결성, 강연정치 등으로 본격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거는 모습들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미 지난달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복지정책 토론회를 개최했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아예 대선 캠프 조직을 출범시켰다. 야권후보들도 여권후보들처럼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대여투쟁과 정책대안 제시, 세 규합에 나서면서 대권 도전채비에 나서고 있다. 본지에서는 신묘년을 맞아 여야 잠룡들로 어떤 인물들이 거론되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한나라

박근혜 인지도 등 가장 앞서

김문수 당내 유력한 대항마

오세훈·이재오·홍준표도 잠룡

스킨십 등 강화 진검승부준비

경선 변수… 친이 단일화 관심

민주당 등 야권

손학규 야권대표주자 굳히기

정동영·정세균 세규합 등 나서

유시민 유력후보·김두관도 거론

싱크탱크재가동·강연으로분주

한나라주자 이길 후보 선택예상

내년에 벌어질 차기 대선은 어떤 구도로 펼쳐질까.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는 반응들이다. 한나라당 차기 대선의 쟁점은 `2년이 채 남지 않은 2012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낙승할 것인가`, `아니면 박 전 대표의 대항마가 되는 거물급 친이계 후보가 출현해 박빙의 접전을 펼칠 것인가`, `대항마가 출현한다면 누가 어떤 과정으로 출현할 것인가`, `경선과정에서의 불협화음으로 한나라당 분당 사태가 올 것인가` 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쟁점을 염두에 둔 채 다음 대선 경선의 유력한 시나리오를 짜보면 `박근혜 대 반(反)박근혜연합` 구도가 될 가능성이 많다. 즉, 친이계가 반박근혜연합의 기치아래 후보들을 모아서 흥행몰이를 위해 포진시킨 뒤 단일화해 박근혜 전 대표와의 건곤일척 승부를 펼친다는 얘기다. 현재 친이계 대선주자로는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이재오 장관, 홍준표 최고위원, 정몽준 전 대표, 임태희 실장 등 7명 정도가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의 경우 한나라당 출신이란 한계를 극복하고 당권을 거머쥔 손학규 대표, 그리고 정동영 의원과 정세균 전 대표가 조직력에서 앞선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광재 강원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한명숙 전 총리 등을 포함해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복지장관과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까지 야권 잠룡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김문수·오세훈·이재오·홍준표 등

한나라당 대권가도에서 현재 가장 앞서있는 것은 인지도나 지지도에서 가장 앞서 있는 박근혜 전 대표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달 20일 `한국형 맞춤식 복지국가`를 모토로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복지정책 토론회를 열어 관심을 끌었다. 바야흐로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행보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친이계의 국정협력 요구에 냉담한 반응을 보여왔다. 그랬던 박 전 대표가 지난해 8월2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회동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친이계 의원들과의 오찬(8월23일)→대구 당정회의 참석(9월10일)→당 소속 여성의원들과의 오찬(9월14일)→청와대 만찬 참석(10월1일)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계파를 초월해 그룹별로 당 소속 의원들을 만나는 `식사 정치`에 나섰다. 미니홈피와 트위터 등을 이용해 국민과의 소통도 강화했다. 국정감사를 위해 한나라당 취약지역인 충청과 호남을 다녀오기도 했다. 본격적인 외연확대와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제고에 나선 모습이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도 승리해 정권 재창출을 해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친이계 의원들의 시각은 많이 다르다. 박 전 대표가 현재는 가장 유리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꼭 이길 것이라고 믿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그들은 박 전 대표가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가 그리 쉽지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더 나아가 박 전 대표카드로는 대선 본선에 간다해도 야권의 `여성 대통령 시기상조론`, `자질론` 등에 발목잡혀 정권 재창출은 어렵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않다.

어쨌든 박 전 대표는 새해 들어 그동안 접어두었던 외부강연 등 대중적 스킨십 강화에 나설 계획이며, 전문가 그룹과 토론 미팅은 물론 전공분야인 외교 및 복지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 정책적 콘텐츠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가 친박계인 대구·경북지역 의원들 역시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발맞춰 바람몰이에 나설 것이 확실한 반면 이상득 의원을 필두로 한 이병석·강석호·주호영·이명규 의원 등 TK 친이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와 또 다른 친이계 후보 지원 여부를 두고 고심에 빠져들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또 다른 잠룡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당내에서 가장 유력한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로 꼽힌다. 박 전 대표의 발빠른 대권행보에 발맞춰 김 지사도 이미 지난 달 18일 대선 캠프인 `광교포럼`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정책개발 등 대선준비에 돌입했다. 광교포럼은 지난달 20일 차명진 의원이 캠프 출신 인사들 100여명과 수원 광교산 산행 후 결성 논의를 본격화해 발족한 모임으로, `김문수 사단`으로 불리는 차명진 의원, 노용수 전 비서실장, 허 숭 전 경기도 대변인 등이 주축이다. 김 지사를 외곽에서 측면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만큼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였던 `안국포럼`과 같은 성격의 모임이다. 정치권에선 원유철·김용태·임해규 한나라당 의원이 참여한다. 김 지사는 지난달 13일에는 `문수사랑` 등 7개 팬카페 회원 1000여명과 광교산에 오르는 등 유권자들과의 접촉도 크게 강화하고 있다. 김 지사도 이제 진검승부를 펼쳐 경쟁자들을 하나하나씩 물리치기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다.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군에 포함돼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임기를 마치겠다고 공언해 대선 경선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오 시장이 최근 무상급식과 관련,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에 연일 강공을 펼치고 있어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대선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치적 동지인 이재오 특임장관도 잠룡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포탈사이트인 네이버에 기재된 이 특임장관의 출생지가 경북 영양에서 강원도 동해로 수정됐다는 보도가 화제가 됐다. 지금껏 자신의 고향을 경북 영양이라고 밝혀 온 이 특임장관이 강원도 출생이라고 밝힌 것은 대권행보에서 TK가 아니라 중부권 대표 주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풀이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특임장관은 취임 직후 대구·경북기자단과의 만남에서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 장관은 “대선에 출마할 뜻이 있느냐?”는 모 기자의 질문에 농담처럼 “내 이름이 제오(第五)아니냐?”라고 말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대통령 다음으로 제오(TK출신의 5번째) 대통령`에 도전할 뜻이 있다는 말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 특임장관은 친이계의 좌장이지만, 무게 면에서 박 전 대표에게 밀린다. 재·보선을 거치며 많이 겸손해졌다는 평을 받지만 아직도 과격하다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 못했다. 이 때문에 김문수-오세훈-이재오 라인이 단일화를 이뤄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대권잠룡으로 꼽힌다. `모래시계 검사`란 별명을 갖고있는 홍 최고위원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패배후 이명박 후보 캠프의 클린정치위원장을 맡아 뛰었다. 그는 경남 창녕이 고향이지만 대구에서 영남중·고를 졸업해 대구·경북을 사실상 고향이라 여긴다고 한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안상수 대표에게 2% 차이로 패배한 홍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내 야당` 역할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대권잠룡으로서 꿈을 키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 당선인비서실장에 이어 대통령실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만 3번째 비서실장을 맡은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여권내 잠룡으로 거론된다.

이밖에 외부 영입이 필요한 경우까지 상정한다면 안철수 카이스트대 교수나 행정고시(13회) 여성 최초 합격에 최초의 여성 민선시장(광명시)을 지낸 전재희 전 복지부장관,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이 잠재적인 대권후보군에 들어갈 수 있다.

◆야권, 손학규·정동영·정세균·유시민·김두관 등

야권에서는 어떤 주자가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질까. 뭐니뭐니해도 민주당 대표인 손학규 대표가 가장 유력한 대권잠룡이다. 그 다음으로는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꼽힐 것이다. 이들 세 주자는 지난 2007년 대선에 출마했던 공통된 경험을 갖고 있다.

선두주자인 손 대표는 이미 지난 연말부터 싱크탱크격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재가동에 들어갔다. 그는 첫 행사로 지난 달 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위기의 한국사회, 진보개혁의 과제`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주최, 대북 포용정책 기조를 발전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분야별 정책과 정치 비전을 구체화하는 행보에 나섰다.

손 대표는 또 여당의 예산안 강행처리를 비판하는 장외투쟁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9일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00시간 천막농성`을 벌인 데 이어 인천과 충청, 호남, 제주, 영남권을 돌며 결의대회를 가졌다. 손 대표는 이 같은 투쟁을 통해 야권의 대표주자 위치를 굳히는 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손 대표는 한나라당 탈당 전력이란 약점이 있다. 그 결과 당내 지지기반의 기동력과 조직력이 취약하다. 민주당에 입당한 지 3년여가 흘렀지만 아직 기존의 기득권을 가진 인사들의 견제를 받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따라서 손 대표가 차기 대권레이스에 건곤일척 승부를 걸 야권후보가 되려면 반드시 정동영·정세균 두 최고위원을 압도하거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대권가도에 나설 움직임이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손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에 이어 3위에 그쳤지만 정 최고위원은 일찌감치 조직 다지기에 나섰다. 또 대선 정책 구상을 위한 `싱크탱크` 격의 외곽 조직을 이번달 출범시키기 위해 세 규합에 나섰다. 이 조직에는 학계 모임인 `미래정치경제연구회`를 중심으로 정·재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데, 친노(친 노무현 전 대통령) 그룹을 대표하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이 참여 인사로 거론된다.

또 손학규 대표와 야권 후보 선호도 1위를 다투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야권의 유력한 잠룡이다. 지난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주호영 의원에 맞서 선전했던 유 전 장관은 참여정책연구원장으로 취임해 정책 개발과 당원을 상대로 한 강연에 몰두하고 있다. 야당내 대표적인 정책통이자 달변가인 유 전 장관은 지난 11월 보육 문제, 12월 주택 문제로 각각 토론회를 열어 직접 발제를 했고, 새해 1월 토론회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주제로 발제하는 등 매달 경제·사회 이슈 1가지를 골라 정책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유 원장 역시 약점은 조직력이다. 유 원장이 속해 있는 국민참여당이 `친노 정당`이지만 정작 친노계 의원 대다수는 민주당에 속해 있기 때문.

야권의 또 다른 잠룡 카드로는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꼽힌다. 이들 역시 조직력이 약한 게 최대 약점이다. 현재로선 손학규 대표, 유시민 원장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낮고, 후보 개인의 인지도도 낮다. 따라서 두 사람 모두 차기가 아니라 차차기 잠룡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야권이 `지는 싸움`을 할 수 없는 이상, 결국 한나라당 주자와의 경쟁력에서 가장 우위를 보일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