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철 시인의 첫시집 `짧게, 카운터펀치` 창작과비평사 刊, 148페이지, 7천원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명철 시인의 첫시집 `짧게, 카운터펀치`(창작과 비평사 간)가 출간됐다.

삶의 불안과 고독을 긴장감 있는 언어로 밀도있게 응축한 이번 시집에는 시인이 그간 써온 57편의 시가 담겼다. 등단 당시 호평을 받았던 시인 특유의 활달한 상상력과 관찰력이 그의 첫시집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일상의 풍경을 포착하는 예리한 시선,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어법이 바로 그만의 장기이다. 그는 섬세한 시선으로 우리 삶의 일면들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이를 하나의 단면도로 우리 앞에 제시한다. 어느 한낮의 공원에서, 거리에서 또는 전철에서의 사건과 풍경들을 다양한 감각으로 붙잡아 구체적인 언어로 그것을 빚어낸다. 재치있고 경쾌하게 언어를 다루는 시인의 솜씨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진동하는 핸드폰을 따라 호주머니에서 툭, / 동전 하나가 떨어진다. / 여보세요, 어디쯤이에요? 이제 막, / 한쪽으로만 몰두해 있던 승객들의 시선이 / 동전으로 향하고, 출발하는 중이야. / 비틀거리던 동전이 / 가속도를 받아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정해진 자신의 길을 / 제대로 달리기 시작한다. / (…) / 왼쪽 사람들은 오른쪽 면으로 오른쪽은 뒤쪽으로도 눈을 돌리지만 / 굴러가는 쪽이 언제나 앞쪽이야.”(`탄탄대로?`부분)

그가 포착한 우리 주변의 풍경들은 일견 고단하고 피로하며 따분하지만, 다만 공허함이나 허무함 같은 상투적인 감상으로 끝나지 않을 깊은 공감을 담고 있다.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내공이 여기에서 빛을 발한다. 시인은 한편 한편 이어지는 수많은 이미지들을 일종의 스케치처럼 단발적으로 그려내지만, 그 기저에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는 삶의 무거운 서사들을 불러들여 기꺼이 그것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다. 그의 시는 쉽사리 비상하기보다는 차라리 고통스럽게 내려앉으며 가파른 삶의 진실과 마주한다. 시인은 무심한 듯 담담한 언어로 이 진실의 풍경들을 소묘하지만, 거칠고 무거운 생활의 진실들은 그 층위를 잃지 않은 채 시인의 언어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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