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샨 코바체비치 소설 `옛날 옛적에 한 나라가 있었지` 문학과지성사 펴냄 刊, 461페이지, 1만3천원

세르비아 출신의 문학가 두샨 코바체비치의 소설 `옛날 옛적에 한 나라가 있었지`(문학과지성사 펴냄)는 슬픈 역사를 해학적으로 구성하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구 유고슬라비아 민족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가져다준 작품이다.

소설보다도 소설을 근간으로 한 영화`언더그라운드`가 1995년 제48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음으로써 앞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두샨 코바체비치의 영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1995년 영화감독 에미르 쿠스트리차가 영화 `언더그라운드`를 먼저 만들었으며, 같은 해 코바체비치가 영화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발표한 것이다.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부터 보스니아 내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츠르니`와 `마르코`라는, 절친한 친구였던 두 남자가 겪는 우정과 배신을 이야기의 근간으로 한다. 마르코는 츠르니가 사랑하는 여배우 나탈리야를 차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츠르니의 부와 명예를 대신 가로채고자 하는 탐욕 때문에 그를 배신한다. 마르코는 이를 위해 자신의 친동생인 이반을 비롯한 가까운 주변 사람들을 속여 오랜 세월 동안 지하세계 속에 가둔다. 지하실에 갇혀 항상 어둠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전혀 알 수 없다.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조국이 유고슬라비아라는 이름으로 사회주의화된 이후에도 여전히 독일 나치주의자들의 손아귀에 있다고 믿는다. 마르코는 이들을 속여 나치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를 생산케 하며, 41년간 그 무기를 팔아 부를 챙긴다. 오랜 시간 동안 지하실에 갇힌 지하세계의 사람들은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하생활에 적응하게 되고, 어둠과 습기로 가득한 지하에서의 삶에서도 나름대로의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하지만 원숭이의 실수로 탱크의 포신이 우연히 발사되면서 지하실에 살고 있던 사람들과 지상의 세계가 연결되는데…. 그러나 이 소설의 주 무대인 지하세계는 금빛 나팔을 부는 집시 악단과 선술집 두나브스키 갈렙의 흥겨운 분위기, 언젠가 조국을 되찾을 것이라는 신념을 잃지 않는 사람들 등으로 인해 늘 활기가 넘치고 북적거린다. 또한 소설은 작품 전체에 걸쳐 등장했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집시 오케스트라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술과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웃고 떠드는 가운데 끝을 맺는다.

소설 제목 `옛날 옛적에 한 나라가 있었지`가 의미하고 있는 `한 나라`는 종교, 문화, 이데올로기의 차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 서로 사랑하며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았던 옛날의 `유고슬라비아`를 의미할는지도 모른다. 그 `한 나라`에서는 인간의 탐욕도, 질투와 배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암시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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