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강석흥해농협 조합장
지난 11월초 출근시간 1시간여 전에 당직 직원으로부터 다급한 한통의 전화가 울렸다. 금융감독원 감사반이 불시에 왔다는 전갈이었다.

금융기관에서는 검찰보다 더 무섭다는 금융감독원. 하지만 감사가 진행됨에 따라 우리 흥해농협 직원들은 놀라움을 다소 감추지 못했다.

금감원감사는 금융기관의 적법성 확보, 부정부패 근절, 민원접수 및 해소 등 금융기관의 사회적 투명성을 제고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이면의 피감기관은 감사일정 및 감사범위 등 다소 일방적인 감사를 받게 되었으며, 과도한 적법성 위주의 감사는 지나친 적발. 처벌 등으로 직원들의 사기저하와 권위적·고압적 감사라는 선입견을 주게 됐다. 하지만, 이번 감사에서는 나의 이러한 생각들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산물벼 수매기간이 시작되면 남자직원 대부분이 수매현장에 투입되어야 하는 우리 내 상황에선 감사수감에 대해 야속한 마음과 걱정이 있었으나, 일선창구업무 및 산물벼 수매에 지장을 주지 않는 최대한 고객중심의 감사 진행이었다. 감사의 핵심도 예전에 느꼈던 지적·처벌이 아닌 지역농협의 당면현실과 실무현장의 문제점 등을 질문과 대화로 개선·지도 했으며, 감사기간 중 금감원 지원장도 먼 걸음을 하시어 감사수감 중 불편한 점과 수매현장까지 둘러보시는 세심한 배려가 있는 감사장 풍경이었다. 또한, 감사가 마무리 되어갈 즈음 금감원 감사원으로부터 직원들에 대한 특강을 해주겠다는 제의로, 좋은강의가 실시됐다.

금감원의 기능 및 역할. 금융기관으로써 지켜야 할 고객에 대한 기본적 마음자세 등을 강조했으며, 더구나 실무경험이 바탕 된 사례를 통한 강의는 직원들의 피부에 직접 와 닿아 충분한 공감을 불러 일으켜 한층 더 감사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과거의 감사는 권위·처벌 등으로 대변됐으나, 요즘은 이러한 비유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특히 우리 흥해농협 직원들 사이에서는 “외부감사도 떳떳하게 수감했다는 자신감과 업무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자부심” 등 대대적인 호응을 가져왔다.

현 시대에 적지 않게 존재하는 권위와 형식을 허물어 버린 금감원 감사반의 모습에서 상호간 마음을 연 신뢰가 바탕이 된 대화와 정보교환이 진정으로 조직발전에 도움을 가져온다는 점과 변해가는 정부기관의 모습에서 농업인과 농협, 지역농협과 중앙회의 희망찬 상생의 길이 있다고 확신하며, 금융감독원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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