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박현수 교수` 문학-정치 담론` 눈길
독도 기획 특집 등 풍성하고 알차게 꾸려져

(사)포항문인협회(회장 이대환·사진)가 전국문학지로 키워나가는 기관지 `문학만`(文學灣·Literature Bay) 2010년 하반기호가 나왔다.

`포항문학`이라는 제호를`문학만`으로 바꾸고 나서 두 번째 나온 이번 책에서 물질의 풍요가 시집의 양산을 초래한 오늘의 한국시에는 스스로 생겨나 스스로 사라지는 거품 같은 언어가 얼마나 넘쳐나는가? 그것이 세계나 인류의 고난과 무관함에야 시는 존재를 새로이 불러줄 명명이나 시대적 결빙을 돌파할 정신을 불임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특집 `오늘의 한국시를 말한다`를 마련했다.

박현수(경북대 교수)의 `문학-정치 담론의 지형도, 그리고 시의 문제`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거대담론의 소멸에 따른 문학의 파편화, 미시화에 대한 문학 내적 반성이 다시 제출한 `문학-정치 담론`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려내고, 근래 그것이 소설의 문제보다 오히려 시의 문제와 관련된 사정을 조명하면서 몇몇 논자들의 편향성을 비판한 주목할 글이다.

권정우(충북대 교수)의 `시의 새로움에 대하여`는 특히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당대 새로운 남녀관계의 시각으로 읽어내면서 시의 진정한 새로움에 대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비평의 시선`에는 최동호(고려대 교수)의 `한국현대시와 바다의 상상력`과 박상준(포스텍 교수)의 `이상 소설의 자의식`을 초대했다. `한국현대시와 바다의 상상력`은 최남선, 정지용, 임화, 유치환 등의 시에 나타난 바다의 상상력이 시대변화를 어떻게 응집시켰는가를 검토한 뒤, 21세기 디지털의 바다가 유발하는 시적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바탕은 언어의 조작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사색과 성찰이라는 결론에 이르러, 이 지점에서 베이다오의 통찰과 만나게 된다. `이상 소설의 자의식`은 한국 근현대소설을 통틀어 난해성의 대명사처럼 존재하는 이상 김해경의 소설 중에 부부관계를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지주회시`와 `날개`를 파고들면서 장애물이 많다는 그의 문학세계로 진입할 길을 뚫어준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김해경이지만`날개`가 없었으면 소설가 이상으로서는 오늘날과 같은 `후대 출세`를 결코 누릴 수 없었을 그의`날개`를 읽으려는 독자에게 친절하고 정확한 안내문이 될 것이다.

기획으로 마련한 `독도의 고독, 동해의 슬픔`은 독도는 우리 땅이요 동해는 동해지 일본해가 아니라고 애국의 목청을 높이자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실은`독도평화선언`이 제시하듯이 독도에게 1905년 러일해전 이전의 평화를 되돌려주자는 것이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첫 걸음은 독도를 둘러싼 영유권의 진실을 들춰내고 한국과 일본의 양심세력부터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것이다.

서상문 박사의 `독도의 과거, 현재, 미래 : 일본은 왜 독도를 포기하지 않는가?`는 일본의 오래된 서지를 뒤져서 예로부터 독도가 한국령이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최운도 박사의`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독도 영유권 문제`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빌미를 제공한 그 조약의 체결과정을 뒤져서 그 주장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대환 작가의 `동해의 슬픔과 한국소설의 빈자리`는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일본 니가타와 북한 청진을 오가는 동해의 뱃길에서 진행됐던 이른바 `재일조선인 귀국사업`이 어떤 국제적 음모 속에서 추진됐으며 그로 인해 숱한 개인의 운명이 어떻게 뒤틀렸는가에 대하여 한국소설이 완전히 무관심한 사실을 직시하는 에세이다.

발행·편집인인 이대환 작가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문학의 존재 의의에 대해 “어둠이 들면 전깃불이든 등불이든 불을 밝혀야 한다. 너무 길었던 빈곤과 압제의 어둠을 간신히 벗어나니 어느새 물신과 경박이 새어둠으로 몰려와 있다. 문학이 살아있다면, 문학이 인간정신을 옹호한다면, 고달파도 늘 불을 밝히고 있어야 하는 것이 문학의 운명이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포항문인협회 기관지 `문학만` 아시아 刊, 358페이지,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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