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위덕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이번 추석 연휴 동안에 푹 빠져서 읽은 책이 있다. 지난달에 출판사에 다니는 후배로부터 전해들은 책으로 추석 연휴 때 읽으려고 주문해서 사둔 책이었다. 아메리카에서는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책이고, 게다가 영화로도 제작되어 얼마 안 있으면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된다고 한다.

바로`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책이다. 제목으로 봐서는 영 끌리는 책은 아니었는데 자꾸 되새겨 보면 볼수록 묘하게 끌리는 힘이 있다. 서울 올라가는 KTX 안에서부터 읽기 시작해서 틈만 나면 읽었다.

저자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이 책은 자서전적인 이야기다. 8년 연애해서 결혼 6년차인 저자에게는 1년 전에 장만한 허드슨 밸리에 멋진 집이 있고, 맨해튼에는 아파트가 있으며, 집에는 여덟 개의 전화선이 연결되어 있고, 주말이면 피크닉에 파티, 그리고 대형 슈퍼에서 신용카드로 더 많은 가전제품들을 사들이곤 했다. 결혼해서 모은 재산에 대해 뿌듯핸 했고, 그렇게 매 순간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부족할 게 없는 결혼 생활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 공허하고 행복하지가 않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데이아(메데이아는 남편에게 배신당하자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을 하나씩 살해했다)처럼 울부짖으며 틈만 나면 싸우고 울고, 결혼 생활이 끝장난 부부들이 그러하듯이 서로에게 진저리를 내고 이혼을 했다.

그 뒤로 저자는 `자신이 누구인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그리고 `영적인 스승`을 찾기 위해 1년간의 여행을 떠난다.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3국에서 각각 4개월씩 머무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삶을 경험하게 되며 동양의 신비로운 정신세계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가`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주된 스토리다.

읽는 내내 감동적인 것은 결혼한 여성이라면 느꼈을 법한 고뇌의 감정을 과장 없이 솔직하게 그렸다는 점이다.

하지만,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때로는 이기적이고 사치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내면의 성찰은 이 책이 왜 읽혀졌는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해 준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방영한 `엄마는 뿔났다`에서 오랫동안 아내, 며느리, 엄마로 희생하면서 살아온 엄마가 “1년 동안 휴가를 달라”면서 원룸을 얻어 혼자 살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되었던 된 TV드라마가 생각이 난다. 당시 중년여성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시청률이 꽤나 높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1년간의 휴가`를 받아 공식적인 가출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또 다른 일상을 낳게 된 것은 아닌지.

우리들은 모두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반복되는 일상은 탈출을 갈망할 만큼 무료한 것일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1년간의 여행을 통해서 얻은 것은 또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다시는 사랑 따위는 안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1년간의 금욕 생활을 목표로 했지만, 진정한 사랑을 만나면서 그 목표는 깨지고 만다. 진정한 사랑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내 생활 역시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내 반복되는 일상은 늘 창조적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하루의 일상이 모여 서로 잇달아 한 올 한 올 수를 놓듯이 쌓이면 하나의 커다란 아름다운 형태가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꿈꾸는 일상이다.

이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새롭게 해석하고 싶다. `먹고`는 우리 생활 속에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상이다.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일상에 충실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기도하고`는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지낸다. 하루 일상 중에 단 5분만이라도 명상이라는 방법을 통해 기도한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 질까.

`사랑하라`는 우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나아가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그리고 나 이외의 타자를 사랑하며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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