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특임장관이 지난달 31일 지하철을 타고 첫 출근을 했다. 전날 취임식에서 약속한대로다.

이날 오전 5시45분께 은평구 자택에서 나온 이 장관은 인근 3호선 연신내역까지 15분 가량 걸어간 뒤 지하철을 타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로 향했다.

오전 6시30분께 청사에 도착, 곧장 1층 체력단련실로 가서 운동을 한 뒤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과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간부회의도 이전보다 1시간 이상 앞당긴 7시30분에 주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타이 차림에 서류 가방을 직접 손에 든 이 장관은 출근길에 만나는 시민들에게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라며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이 장관은 후임 총리 인선 등 정국 현안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는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대해선 “얼마나 참담했겠느냐. 우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문서상으로 확인하는데 문서에 사적인 것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니까”라며 청와대의 인사검증 책임론과 거리를 뒀다.

전날 취임식 후 충남 천안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 다녀온 그는 여권 일각에서 `김태호 불가론`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당이 국민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당에서 여론을 전달하기 전에 임명권자도 청문회를 지켜보며 이미 속으로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며 “여당과 야당, 여론이 일치하니까…”라고 당청 갈등설을 일축했다.

그의 역할을 놓고는 야당과의 물밑 개헌 논의와 4대강 사업 추진, 심지어 대북특사론(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까지 거론되는 등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중책을 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이 장관은 “그런 건 국회와 관계부처 등이 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은 뒤 “특임장관실이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윤활유 같은 것”이라는 원론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전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리는 민주당 의원연찬회장을 찾아 민주당 지도부를 예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