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결혼·헤어짐·만남 그려
“명제와 장미는 진실과 마주하고”
“비로소 진정한 부부로 거듭나는데”

김경욱<사진> 장편소설 `동화처럼`은 주인공 김명제와 백장미가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하는 연애소설인 동시에, 남녀 주인공의 시점이 교차편집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심리소설이기도 하다.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 가는 긴 여정과도 같은 이 소설은 대학 신입생 시절에 처음 만났던 두 주인공이 사랑하고 결혼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면서 경험하는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과 심리가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화성과 금성에서 온 남자와 여자처럼 `침묵의 별`의 언어밖에 모르는 명제와 `눈물의 별`의 언어밖에 모르는 장미는 감정과 사고, 언어 체계가 서로 너무나 다른 탓에 늘 어긋나고 상처받다가 몇 번이나 헤어진다.

`동화처럼`을 읽다 보면 같은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한데, 어미의 작은 변화라든가 노래 제목의 차이 등 각각의 소 `챕터(장)`마다 발생하는 약간의 오차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명제의 시점과 장미의 시점이 차례로 묘사되면서 자신의 입장과 처지에서 바라본 사건, 즉 각자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함으로써 나타난 왜곡의 범위인 셈이다.

부부가 결혼 생활을 하며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배워 가는 과정에 대해 김경욱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의사는 말했다. 결혼은 두 사람이 모여 사는 게 아니라 네 사람이 모여 사는 거라고. 신랑과 신부, 그리고 각자의 마음속 아이. 네 개의 다른 별에 살던 사람들이 한 지붕 아래 사는 거라고.”

“눈물의 별에서 온 장미였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또한 침묵의 별에서 온 명제였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명제와 장미는 진실과 마주하고, 비로소 사랑의 의미를 깨달으며 진정한 부부로 거듭나는 것이다.

눈물의 여왕 장미와 침묵의 왕 명제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부모로부터 전폭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장미는 엄마의 냉정함 때문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다.

친모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장미의 엄마는 냉랭하고 엄격하다. 명제의 아버지는 지나칠 정도로 감정 표현에 인색하고 완고하다. 게다가 어머니는 죽고 없다. 장미와 명제, 두 사람 모두 여느 동화에 등장하는 왕자나 공주처럼, 결핍 가운데서 태어난 것이다.

두 번째는 너무나 평범한 두 사람은 한 번도 자신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비범하지 못해 슬프고 외로운 장미와 명제가, 그때마다 동화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는 점이다. 엄마에게 혼나 장롱에 갇혔던 장미는 계모 밑에서 고생하는 공주들을 떠올리며 위안을 받았고, 명제의 유년기는 개구리 왕자와 같은 동화에 대한 기억으로 채워졌다.

이런 공통점 가운데 장미와 명제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왜냐하면 영원한 행복을 보장하는 동화란 현실엔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 결혼을 한다 해도, 명제와 장미의 동화는 끝이 난 게 아니라 다시 시작인 셈이다.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동화는 현실만큼이나 잔혹하고 때론 현실보다 더 엄격하다.

성장기를 겪는 아이들에게 무섭 고 잔인한 동화가 치료제가 되어 주듯, 김경욱은 어른에게도 동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명제나 장미 모두 여전히 `동화`가 필요한 덜 여문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동화가 필요한 것은 비단 명제나 장미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어른들일지도 모른다.

1971년 광주 태생인 김경욱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동인문학상·현대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한 동서고금을 종횡무진하는 천부적인 이야기꾼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김경욱 장편소설 `동화처럼`

민음사 刊, 360페이지,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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