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있는 것에 연민 느껴
우주 신비 무한경배 표현
`行을 아는 시인` 평가 받아
대동고 국어교사로 재직

지역 중견시인 이종암(46)이 세 번째 시집 `몸꽃`(도서출판 애지 간)을 펴냈다.

첫번 째 시집`물이 살다 간 자리`와 두번 째 시집 `저, 쉼표들`이 현실적 삶의 부대낌 속에서 야기된 여러 이야기와 서정을 주로 노래한 것이라면, 이번 시집 `몸꽃`은 현재적 삶의 이전과 그 이후의 본래적 삶의 모습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모색하려 한 흔적이 짙다.

삶과 죽음, 생명의 길, 즉 행(行)에 대한 화두(話頭)를 풀어내고 있는 시집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한계적 존재인 우리네 삶이 가야할 길(道)의 추구와 그 생의 비의(秘義)를 언어로 모색하고자 한 것이다.

`봄날, 하동` `홍매도 부처 연두도 부처` `하늘공책` `本來` `길은 목마르다` `오동經` `절` `緣` `숭복사지` `길` `노래` 같은 시편들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제 현실적 삶의 부대낌 속에서 솟아난 서정을 진중한 언어로 갈무리하고 있다.

`百中` `기도` `무논의 책` `사천왕사 터` `징검돌` `木蓮을 빌리다` `초생달` 등이 혈육과의 사별(死別)에서 오는 슬픔과 그리움을 담고 있는 것이라면, `香壇에 갇히다` `레가토, 초생달` `춤` `동피랑과 나타샤` `무우정` `브로치` `사월, 주산지` 같은 시편들은 사랑과 연애의 감정에서 피어난 제 내면의 무늬를 펼쳐놓은 것이다.

이러한 시인의 `행`을 두고 김경복 평론가는 “무릇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한없는 연민과 이 우주의 신비에 대한 무한한 경배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시적 순례의 길이라고 말하고 있고, 정진규 시인은 “이종암 시인은 `행`이 무엇인지를 깊게 터득하고 있는 시인이다.

시의 운문 형식으로서의 `행`만이 아니라 시의 운신(運身)으로서의 `행`을 아는 시인”이라고 평하면서 그 `행`의 보폭 속에서 “음과 양이 회통(會通)하는 우주적 생명률”을 감지하고 있다.

“두렵다, 여기까지다/ 내가 부른 노래는// 더 깊은 노래로 건너가기 위해/ 몸과 마음/ 다시 벼랑으로 내몰아야 한다”, 시인의 말에서는 마음을 추스르고 좀 더 자신을 낮춰가는 시인의 원숙한 자세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암아, 암아, 세상 살면서/ 제대로 핀 니 몸꽃 하나 가져라”라는 자연의 꾸짖음을 준엄히 받아 적으며 시인은 앞으로도 오래 아플 것 같다. 자신의 전 존재성을 걸고 이 무의미한 세계에 유형과 질서의 어떤 의미의 자국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여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맺힌 마음들 찾아가 손잡고” “너는 혼자가 아닌 것이니” 위로하며 제 노래를 찾고자 하는 시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황사 심하던 어저께 통도사에 갔다

마음과 몸뚱어리

모래 먼지 뒤덮인 허공만 같아

대웅전 바닥에 한참 엎디어 울었다

속울음 실컷 울고 나니

내 허물 조금 보이는 것만 같다

금강계단 되돌아 나오는데

천지간 황사 밀어내며 막 눈뜨는

홍매 한 그루, 나를 꾸짖는다

암아, 암아, 세상 살면서

제대로 핀 니 몸꽃 하나 가져라

산문을 나오며 바라본 먼 산

잿빛 겨울을 지우며 올라오는

연두가 또 회초리를 든다”

`홍매도 부처 연두도 부처` 전문

이종암 시인은 청도 출신으로 한국작가회의,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원이며, 현재 포항 대동고 국어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한때는 한국작가회의 경북지회 사무국장을 비롯해 지역 문학지의 편집주간, 시동인 회장 등의 문단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도 했다.

지금은 이러한 문단 활동보다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공부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한국문학의 비조(鼻祖)인 고운 최치원 선생과 신라시대 세계적으로 위대한 고승(高僧)이었던 원측 법사께서 걸어간 길이나 그 사상의 빛을 찾아보려 하고 있다.

그리고 붓을 붙잡은 지는 1년 반 남짓밖에 안됐지만 붓과 먹으로 하는 서예(書藝)의 깊은 맛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이종암 시인 세 번째 시집 `몸꽃`

도서출판 애지 刊, 127페이지,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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