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버거· 안톤 지더벨트 `의심에 대한 옹호`
산책자 刊, 함규진 옮김, 1만4천원

“우리는 신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것이 비종교적인 시대는 절대 아니다. 진실한 신자는 사방에서 전진 중이다. 그리고 이교도를 개종시키거나 아니면 적대함으로써, 세계를 자신의 이미지대로 고쳐나가고 있다.”(에릭 호퍼)

다양한 믿음과 사상이 쏟아져 나오는 다원주의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이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의심에 대한 옹호`(산책자 펴냄) 저자들인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신학자인 피터 버거 보스턴대 교수와 안톤 지더벨트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명예교수는 공동 집필한 이 책에서 자신 외에는 모두 틀렸다는 근본주의와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식의 상대주의적 시각을 모두 거부한다.

이처럼 종교에 대한 것이든, 사고방식에 대한 것이든 `믿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놀랍게도 믿음이 아닌 `건전한 의심`을 권한다.

이들이 말하는 의심은 모든 것에 딴죽을 거는 불온한 행위가 아닌, 결단을 내리기 전에 한번쯤 더 고민하고 숙고하는 신중함이다. 즉 의심은 진리를 찾기 위해 선행되는 지적인 활동이다. 무언가를 의심하는 것은 결국 그 끝에서 확신을 얻기 위해서인 것이다.

근대 서구철학은 17세기에 데카르트가 기초적인 방법론 원칙을 의심하면서 시작됐다는 설명과 함께, 사회학 거장들의 다채로운 지적 향연이 펼쳐진다. 칼뱅의 신정정치에서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이론을 통해 근본주의와 상대주의의 극단을 살펴보는 한편, 의심하는 힘을 통해 중도를 지키고자 했던 고대에서부터 근대에 이르는 동서양 지성들의 `의심의 계보`을 따라가다 보면, 극단적인 맹신과 회의주의의 모습을 조망하면서 그 근본주의들이 불러온 파괴적인 결과는 어떠했는지 찬찬히 짚어볼 수 있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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