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여의주는 내것”… 여·야 潛龍군 서서히 윤곽

6·2지방선거에서 패한 한나라당의 발걸음이 바쁘다. 7·28보궐선거를 앞두고 7월14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당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이번에 뽑을 당 지도부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회의원 공천권을 행사하고, 대선 경선을 관리하게 된다.

당내에서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당·정·청 쇄신을 공언하고 있어 여권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본지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최근 제기되고 있는 한나라당 세대교체론의 내막과 뒤이은 전대, 그리고 2012년 대권구도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7월 전당대회서 선출 당 대표

19대 총선공천 대선후보 관리

여권서 불거진 세대교체론

박근혜 전대표 견제시각도

▲권력의 법칙

“대선은 연대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패한다. 총선은 일단 뽑은 대통령은 밀어준다. 지방선거는 집권세력에 대한 중간심판이다”

정치권에 1987년 이래 널리 회자되는 권력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특히 선거에서 상당한 적중력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이번 6·2지방선거의 경우는 한나라당 지지도가 매우 높았고 출마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로 봐 권력의 법칙이 깨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여야지도부는 중앙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를 통해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7%이상 이기는 곳이 20곳 이상으로 파악하고, 모두 한나라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한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이같은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패배의 충격으로 쇄신론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가장 먼저 한나라당내 소장파 초선의원들이 당·정·청 쇄신을 외치고 나섰고, 이명박 대통령도 때맞춰 이들의 목소리에 화답하듯 인적·국정쇄신 요구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금이 여당도 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시대를 주도하는 젊고 활력 있는 정당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여당의 세대교체론을 주창했다.

이 대통령이 이같은 `세대교체`메시지를 내놓자 초선의원들은 “국정운영 기조변화를 바라는 초선의원의 고민이 대통령 연설에 상당히 반영됐다”며 “초선이 앞장서서 당내 화합, 당청간 대등한 협의, 국민과의 온전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대통령의 연설에 공감을 표시했다. 공교롭게도 친이계 핵심인사인 정두언 의원은 대통령의 연설직후 곧바로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며 `세대교체론`에 불을 지폈다.

▲세대교체론의 역사와 그 배경

이명박 대통령이 내놓은 세대교체론은 사실 김영삼(YS)전 대통령이 집권 3년차인 1995년 10월 민자당 차기 대선구도와 관련, “깜짝 놀랄 정도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던 것과 시기나 정황이 매우 흡사하다.

당시 YS의 `깜짝 놀랄 후보`발언은 40대 중반~50대 초반의 특정인물을 의중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YS가 1993년 문민정부 출범시 역대 최연소(45) 노동부 장관으로 발탁했던 당시 47세인 이인제 경기도지사가 급부상했고, 결국 그는 1997년 대권도전에 나섰다.

물론 이번에 나온 이 대통령의 세대교체론은 당·정·청 인적쇄신 구상의 컨셉으로 YS때와는 다르다. 그러나 이같은 세대교체론은 차기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것도 사실이다. 여당내 다수를 점하는 친이계에서 경쟁력있는 차기 주자가 아직 없다는 현실때문이다.

전례를 보면 대통령은 임기 내내 두 가지 숙제를 고민한다고 한다. 바로 권력누수(레임덕) 방지와 정권재창출이다. 숙제를 모두 해내려면 `자기 식구`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된다. 단임제의 대통령이라도 이런 욕심은 가질 수 있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다.

문제는 기회를 잡을 만한 직계가 없을 경우다. 대통령은 레임덕 위기와 재집권책임이 충돌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대통령과 당내 경선을 치뤘고, 국정운영과정에서 자신에게 대립각을 세워온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내 지지율 1위로 독주하는 현재의 대권 경쟁구도를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할 법 하다.

즉 세대교체론은 차기 주자군 양성 또는 확대 목적으로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젊은 인재가 당 대표나 총리로 깜짝 선출되면 일약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더구나 2012년이면 60세가 돼 `젊다고 할 수 없는` 박 전 대표를 미리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여권 일각에서 나온 것이 `김태호 총리설`이다. 이번 선거에서 여권을 외면했던 젊은 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만 48세의 김태호 경남지사를 발탁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세대교체론`과도 맞아 떨어진다. 또 이번 선거에서 야권에서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인 김두관(경남)·안희정(충남)·송영길(인천)·이광재(강원) 당선자가 부각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금처럼 박근혜 전 대표가 독주하는 형국으로 간다면 총선에서 민주당에 패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라도 김 태호 지사를 여권의 `잠룡`으로 부각시켜 오세훈(서울)·김문수(경기) 당선자와 함께 국민의 관심을 끌어모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이와 관련, “대선경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는 내년에도 변화가 없으면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질 수 있다”며 “친이계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어떤 시도든 해봐야 할 입장”이라고 진단했다.

▲세대교체 vs 화합

세대교체론 주장에 맞서 당내 화합 또는 세대통합이 2012년 대선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란 주장을 내놓은 의원들도 있다.

20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세대교체론에 대해 “(대통령의 세대교체론은)청와대 참모들이 잘 못 써 준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지금은 당내화합, 정책과 소통방식의 쇄신을 해야 한다”면서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대통합`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위적 세대교체 주장은 오히려 세대갈등을 유발, 조장하는 것”이라며, “인위적으로 흐름을 만드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정치는 순리대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지역 4선의원이자 친박계 중진인 박종근 의원도“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이 서로 양보해야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박 의원은 쇄신해법과 관련,“한지붕 두가족으로 싸우고 있는 마당에 소장파 몇명이 당 지도부에 진출했다고 해서 국민들이 `한나라당 잘 한다`고 박수쳐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친이계와 친박계가 화학적 결합이 돼야하며,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헤 전 대표 두 사람만이 풀 수 있다”고 말했다.

40대 김태호 지사 `총리설`

대권가도 또다른 변수작용

여당 홍준표·안상수도 잠룡

야당 정세균·정동영 등 꼽혀

▲7·14전당대회 누가 나오나

2012년 치러질 대선 구도는 오는 7월 중순 치러질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뽑힐 차기 대표가 2012년 19대 총선 공천과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7·28 은평을 보궐선거에 출마채비를 위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고, 정몽준 의원 역시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의 관심사는 박근혜 전 대표의 출마여부다. 박전 대표는 전당대회 불출마 입장을 밝혔지만 친박계는 물론 친이계에서도`박근혜 전대 출마` 요구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아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로 당헌·당규상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려면 1년6개월전에 상임고문 이외의 모든 선출직 당직을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박 전 대표의 경우 당 대표가 되더라도 2011년 6월경에는 사퇴해야 하므로 1년 정도만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다. 결국 박 전 대표는 대표가 되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친이(친이명박)계는 일단 출마는 자유롭게 하되, 이후 예비당권 주자들간에 교통정리를 하는 분위기다. 친이계이면서도 독자적인 정치를 선언한 정두언 의원이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고, 원내대표를 지낸 안상수, 홍준표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중리성향인 남경필 의원도 출마의사를 밝혔고, 친이계 핵심인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중에서는 전여옥, 진수희, 이은재, 박순자 의원이 현재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쇄신파 초선의원 가운데서는 조전혁 의원이 당권도전의사를 밝혔다.

이에 비해 친박(친박근혜)계는 사전 교통정리를 하는 분위기다. 현재 3선의 서병수 의원의 출마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재선그룹에서는 이성헌, 이혜훈, 한선교 의원이 예비 당권주자로 거론된다.

그러나 당권 경쟁은 원내대표를 지낸 안상수·홍준표 두 의원간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의 전망이다. 다만 친이계와 친박계의 경계를 넘어서 쇄신 또는 화합의 과제를 풀어야 할 당 지도부가 돼야한다는 점에서 홍준표 전 대표가 당 대표로서 더 적임자라는 주장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의 대선… 떠오르는 잠룡들

6·2지방선거를 치르면서 2012년 대선에 떠오를 잠룡들의 윤곽도 그려지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대권경쟁에 나설 잠룡으로는 부동의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그리고 경기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꼽힌다. 은평을 보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친이계 핵심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도 국회에 재입성한다면 친이계의 세를 몰아 대권경쟁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룰 수 있다.

항간에 나도는 세대교체론의 시나리오대로 만약 `김태호 총리설`이 실현된다면 김 지사도 한순간에 강력한 대권주자가 될 수 있다. 대권 경쟁에 나서기엔 젊고, 경륜이 다소 부족하다 해도 `살아있는 권력`의 후광을 업은데다 총리라는 직분을 잘 수행해 경륜을 쌓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한나라당 핵심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상 획기적인 세대교체 방안으로 `김태호 총리카드`는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전대에 당권경쟁을 벌일 홍준표·안상수 두 사람도 유력한 잠룡군에 포함된다.

다만 정운찬 총리는 당내 세력도 없는 데다 세종시 수정안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때문에 대권경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렵게 이긴 데다 서울시장 임기를 채우겠다는 공약을 하는 바람에 대권주자로는 몸값이 다소 떨어졌다. 정몽준 당 대표는 대권경쟁에 나설 것이지만 지방선거 패배 책임으로 탄력을 받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의 잠룡으로는 이번 지방선거 승리로 줏가를 올린 정세균 당 대표, 그리고 정동영, 손학규, 그리고 경기도지사로 출마해 김문수 후보에게 패한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 한명숙 전 총리가 꼽힌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잠룡으로 떠오른 인물은 경남도지사로 당선된 김두관, 인천시장으로 당선된 송영길 두 사람이다.

정권의 중간심판으로 여겨진 6·2지방선거를 치른 여야는 더욱 바쁜 행보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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