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석학이자 미래학자인 자크 아탈리(67)의 신간 `살아남기 위하여(위즈덤 하우스 펴냄)`는 전방위적인 지적 데이터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사회의 변화를 예리하게 전망하고 있다.

`호모 노마드-유목하는 인간` 등 40여권의 책을 쓴 아탈리는 이동전화와 인터넷 만능시대를 예측한 미래학자다. 파리공과대학(Ecole Polytechnique)을 나와 기술적 지식을 갖춘 석학이다.

그리스발 재정위기가 유럽의 이웃나라들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또다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에서는 주가와 유로 가치가 폭락하고 미국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의 가치만 급등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어,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 2년 만에 금융위기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고, 일시적일 것이라면서 낙관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이같이 한편에서 조장하는 낙관적인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2008년에 몰아닥친 금융 위기가 끝이 나려면 아직 멀었고, 전 세계적으로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오히려 기세를 확산중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미국은 물론 다른 여러 나라들에서 비록 일부 증시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적지 않은 은행들이 여전히 채무 변제 불능 상태에 처해 있으며, 고위험 투자상품들은 계속 축적되고 있다. 또한 재정적자는 늘어만 가고 있으며, 생산 수준과 자산 가치는 위기 이전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인 데다, 기업의 파산은 악화되고 실업은 확산되고 있으며, 많은 가계들은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없다.

온갖 논의와 약속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스템에 대한 어떠한 규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으며, 금융 위기로 인해 필요성이 대두된 어떠한 구조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탈리는 이 책에서 개인과 기업, 국가, 인류 전체의 생존에 가해지는 위협을 없애는데는 사회·정치체제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이러한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어떤 것도 기대해서는 안 되며, 모든 위협은 각자에게 하나의 기회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딱 잘라 말한다.

이에 자크 아탈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구체적인 7가지 전략을 제안한다. 바로 자긍심의 원칙, 전력투구의 원칙, 감정이입의 원칙, 탄력성의 원칙, 창의성의 원칙, 유비쿼터스의 원칙, 혁명적 사고의 원칙이다.

이 원칙들은 일관성 있는 하나의 원을 이루게 되며, 개인?기업?국가?인류에 따라 각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이번 위기와 앞으로 다가올 모든 위기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 프로그램을 제시하거나 막연하고 일반적인 도덕론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생존과 더 나은 삶을 위해, 남의 손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지 않고 스스로 불운의 틈새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고, 앞으로 다가올 암초들을 피해갈 수 있게 해줄 명확하고 구체적인 전략들을 제안하는 것이다.

프랑스 최고의 지성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아탈리는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특별보좌관, 유럽부흥개발은행 총재 등을 지냈으며 `미래의 물결`, `호마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위기 그리고 그 이후` 등 40여권의 저서를 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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