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반 치닫는 지방선거, 경로당 표심 읽어보니…

“일꾼이 없어 죽을 지경인데, 와 농사철에 선거를 해야 하는교? 누가 나온지도 모르겠고 투표하는 것도 노인네들한테는 어려운 숙제지…”

오락가락 비가 내리던 25일 오후 3시, 안동시 북후면 옹천2리 노인회관.

농번기를 맞아 평소 같으면 논일, 밭일에 분주할 어르신들이 궂은 날씨 탓인지 20여 명 남짓 삼삼오오 모여 이번 선거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에 이미 다수의 후보들이 얼굴을 내밀고 한 표를 호소하고 돌아간 상태였기 때문.

“한꺼번에 8명 투표… 노인네들에겐 힘든 숙제지”

“일꾼없어 죽을 지경인데 하필 농사철에…” 푸념도

하지만 어르신들은 “이번 선거를 어떻게 보는시는가요”란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도대체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후보가 너무 많아 누가 누군지 몰라서 다들 고민하고 있지요” 노인회장 이정원(70) 할아버지의 푸념 섞인 말이다.

이에 질세라 옆에 있던 임복순(69) 할머니는 “한꺼번에 8명을 찍어야 하는 이번 선거제도는 농촌지역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숙제인 셈”이라며 “다음부터는 농사철 만큼은 피해서 선거를 치루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지금까지 각 후보들에게 받은 수 십장의 선거용 홍보명함을 한 장도 버리지 않았다.

방 바닥에 깔아 놓고 돋보기까지 동원해 쳐다보지만 그때마다 한 숨이다.

투표는 해야겠지만 도대체 누가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단다. 얼굴이라도 아는 후보가 있다면 당연히 찍고 싶지만 “그놈이 그 놈 같다”고 하신다.

하지만 얼굴은 몰라도 농촌을 위해 봉사하고 노인네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후보가 있다면 적극 지지할거란다.

김화자(70) 할머니는 “마음에 둔 후보가 있다. 농촌을 위해 봉사하는 나의 후보가 꼭 당선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학력, 경력, 사람 됨됨이 등 여러 가지를 따져 보고 꼭 투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때 임복순(71) 할머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평소 경로당에 제일 많이 방문하고 제일 부지런히 움직이는 후보를 찍어 주겠다”고 하자 주변은 일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1시간여의 얘기 끝 무렵 신정순 부녀회장은 “어르신들이 비록 많은 후보들의 시달림 속에 불만도 많지만 오늘 오간 얘기는 이번 선거를 보는 동네 어르신들의 솔직하고 순수한 농촌 민심”이라고 귀띔했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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