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언니`·`방자전`·`홍길동의 후예` 등 새로운 도전기 전법`

KBS 2TV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가 전면에 내세운 카피는 `더 이상 동화는 없다`다.

동화 `신데렐라`를 모티브로 하지만, 동화와는 다른 시선, 스토리, 가치관을 내세운다는 점을 강조한다.

내달 3일 개봉하는 영화 `방자전`은 고전 `춘향전`을 비틀었다. 춘향과 이몽룡의 시선이 아닌, 이몽룡의 하인 방자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대중문화가 권선징악, 개과천선의 교훈을 주는 동화, 고전 비틀기에서 길을 찾고 있다.

친숙한 고전 명성에 `기대

옛이야기는 만화, 소설만큼 대중문화 제작자들에게는 중요한 아이디어의 공급원이다. 특히 수백 년을 내려오면서 꾸준히 인기를 끈 옛이야기는 세대를 불문하고 남녀노소가 공유하는 스토리라는 점에서 낯선 이야기보다는 대중을 파고들기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면에서 유명한 옛이야기를 비트는 작업은 기본적으로 고전의 명성에 대한 `기대기 전법`이 된다. 아이디어만 따오는 것이 아니라 제목에도 고전의 이름을 녹이는 것 역시 그 때문.

영화 `장화홍련`과 `홍길동의 후예`, `가루지기`, 드라마 `쾌도 홍길동`, `쾌걸 춘향`, `천하무적 이평강` 등이 모두 그러하다.

`엣지`있게 재해석하라… 새로운 시선 창조

그러나 이들 작품의 특징은 고전의 이야기 그대로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하고 비틀었다는 데 있다. 옛이야기에서 스토리의 모티브는 얻지만 엣지있게 해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원전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선의 창조가 눈길을 끈다.

방송 10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한 `신데렐라 언니`는 그간 드라마에서 숱하게 변주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통째로 흔들었다. 동화에서는 조연에 머물던 계모와 의붓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왕자의 역할은 대폭 축소했다.

특히 의붓언니를 악역이 아닌, 상처투성이 외곬으로 그리고, 신데렐라는 공주처럼 자라나 나약하기 그지없는 캐릭터로 설정한 점이 흥미롭다.

`방자전`은 이몽룡을 따라 청풍각에 간 그의 몸종 방자가 기생의 딸 춘향에게 한눈에 반해버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방자는 도련님 또한 춘향을 눈여겨본다는 사실에 마음을 접으려 하지만, 자신을 하대하는 몽룡의 태도에 화가나 그만 춘향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 버린다. 춘향 역시 방자의 남자다움과 자상함에 흔들리고, 마침내 방자는 춘향을 품게 된다.

지난해 12월 막을 내린 KBS `천하무적 이평강`은 고구려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와 현대의 골프리조트 회장 아들 우온달과 골프리조트에서 일하는 `억척녀` 이평강의 이야기를 넘나든 퓨전 코믹 사극이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홍길동의 후예`는 조선 시대 의적인 홍길동의 후예가 현대에도 의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 코믹 액션물로, 1편의 흥행에 힘입어 2편 제작을 추진 중이다.

앞서 영화 `장화홍련`은 고전 `장화홍련`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공포영화로 옮겨 성공했고, `쾌걸 춘향`은 적극적이고 발랄한 춘향과 단순한 터프가이 몽룡의 사랑이야기를 그려 인기를 모았다.

한국영상 콘텐츠 진화의 신호

`쾌걸 춘향`, `쾌도 홍길동`에 이어 `신데렐라 언니` 등 고전을 비튼 드라마를 잇따라 선보이는 KBS의 이응진 드라마 국장은 “고전을 비틀어 재해석하는 작업은 한국의 영상 콘텐츠가 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고전 비틀기는 고전을 현대적 시선으로 퓨전 리메이킹하는 작업”이라며 “과거의 명성에 기대는 것은 분명하지만 거기서 비틀기를 통해 한발 더 나가면 그것 자체가 창조의 방법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고전은 우리에게 이야기의 원형으로 수용되고 있다”며 “고전 비틀기는 앞으로 시대흐름상 점점 더 성행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비트는 방법 역시 점점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