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줄당기기의 뒷놀이
동·서로 나눠 15일간 화합잔치
뺏고 뺏기는 과정 단결력 쑥쑥

영천 지역의 대보름맞이에는 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민속놀이가 펼쳐진다.

줄 당기기에 쓰이는 암줄과 숫줄을 연결하는 곳나무를 대보름부터 15일 동안 확보하는 곳나무 싸움이 그 것.

영천 지역 전역을 아우르는 정월 대보름 대동 놀이인 곳나무 싸움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에 일본에 의해 중단되었다. 50여년이 흐른 1987년 재현되어 지금까지 매년 정월 보름 행사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줄당기기의 뒷놀이인 곳나무 싸움은 영천 지역만의 독특한 대동놀이로 지역민들은 줄당기기 승부보다 곳나무 싸움에 대부분의 비중을 두었다.

특히 이 놀이는 15일간 양팀이 곳나무를 뺏고 뺏기고, 숨고 찾는 싸움에 이기기 위해 수백명이 머리를 맞대고 하는 과정에서 끈끈한 단결력을 키워 나간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놀이이다.

이 놀이에 쓰이는 쌍줄의 규모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큰줄의 길이가 200m에 이르고 어른이 걸터앉아도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의 굵기로 만들어 졌다. 이 줄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놀이가 끝나는 15일 간 동서로 나뉜 2개의 팀은 함께 하며 화합을 다진다.

구전에 의하면 일제에 의해 중단될 때까지 곳나무 싸움은 영천읍을 중심으로 반경 30리(12km)에 이르는 영천 대부분의 지역을 무대로 대동놀이의 백미였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고 승자가 가려지면 이긴 팀은 부자집을 다니며 지신을 밟아주고 부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음식이나 곡식을 내어 큰 잔치판을 벌였다.

곳나무 싸움에 이긴 팀은 그해 운이 길하고 풍년이 든다거나 곳나무를 보관하면 득남을 한다고 알려져 이긴편에서 곳나무를 보관했다.

우리 고유의 대동놀이 가운데 곳나무 싸움은 유일하게 당기기와 밀기형 두 가지 요소를 다 가지고 있는 대보름 놀이로 영천시는 1999년 곳나무 싸움 보존회를 구성하여 전승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난 아쉽게도 이번 대보름 행사에는 이 놀이가 시연이 되지 못하고 10월에야 원형에 충실한 곳나무 싸움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천/기인서기자 ki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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