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윤영천 편 `이용악시전집`

(창작과비평사,1988)

서해안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텔레비전 뉴스 화면에서 푹푹 눈이 내리고 쌓이는 풍경을 보면서 나는 문득 이용악의 `그리움`이라는 시를 떠올렸다. 이 시는 시적 화자가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면서 `너`가 있는 북쪽의 작은 마을에도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를 혼자서 물으며 그곳과 너를 향한 애타는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수미상관의 구조로 된 이용악의 `그리움`은 낭송할 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리듬감이 일품(一品)이다. “눈이 오는가 북쪽엔”에서 보는 것처럼 도치법으로 시작되는 첫 행의 `북쪽엔`이라는 시어가 놓여 있는 위치가 절묘하다. 또 4연의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의 리듬감과 `차마`라는 부사어의 사용으로 솟아나는 그리움의 물살은 또 어떠한가. 눈이 내리는 날에는 이용악의 서정시`그리움`을 소리내어 읽어보자. 그리움이 함박눈처럼 쏟아져 내릴테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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