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5)에서 한국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기후변화협약 의무감축국(Annex 1)으로 편입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소득으로 볼 수 있다.

일부 선진국은 그간 감축 비의무국가(Non-Annex 1)인 한국을 상대로 기후변화협약 의무감축국에 포함돼 선진국으로서 구속력 있는 감축 의무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은 지난 10년간(1990~2000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세계 11위, 1990~2005년 배출 증가율 9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여서 국제적으로 개도국의 지위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지만 결국 개도국 지위를 유지한 셈이다. 의무감축국이 되면 국제사회의 엄격한 검증과 감시 등 각종 제약이 따르지만 감축 비의무국가로 남으면 자율적으로 감축 목표 수준을 정하고 이행방식을 마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필요한 온실가스 배출 여지를 확보함으로써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국제사회에서 개도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는 데 유리한 기반을 조성했다는 평가다.

정부 대표단 관계자는 “한국이 총회 개최 전에 자율적이고 선도적으로 국력에 상응한 온실가스 중기 감축 목표를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 앞서 지난달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국가로는 처음으로 2020년 배출전망치(BAU)보다 온실가스를 30%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많은 개도국의 자발적 감축 목표 선언을 이끌어낸 바 있다.

장기협력행동에 관한 특별작업반(AWG-LCA)과 교토의정서에 따른 선진국의 추가 약속에 관한 특별작업반(AWG-KP) 등 두 가지 협상 틀(트랙)이 유지된 점도 한국으로서는 이득이다. 선진국들은 선진·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단일협정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선진국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의무 감축을 규정한 현행 교토의정서 체제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개도국 진영에 속한 한국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녹색성장 정책을 국제적으로 전파해 많은 국가와 기구 대표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공감대를 넓힌 것도 또다른 소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환경건전성그룹(EIG) 국가정상 대표 연설을 통해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글로벌 성장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다만, 한국이 제안한 감축 비의무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나마 레지스트리(NAMA Registry:개도국 감축활동 등록부)`와 `탄소 크레디트` 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국제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은 총회에 앞서 선진·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해 성공적인 협상 타결에 일조하려고 두 제도를 제안했었다.

앞으로 자발적으로 제시한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문제와 함께 2013년 이후에 개도국에 대한 지원 자금의 일부를 떠맡아야 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