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서 3박 4일만큼은 고3임을 잊고 안동시온재단의 봉사캠프를 가게 되었다. 1,2 학년 때 예티쉼터, 정애원, 햇빛마을 등의 봉사활동을 가 보았지만 이렇게 3박4일 일정으로 숙식을 하면서 지낸 터라 정말로 느낀 점이 많다.

방에서 나오면 복도에 지나다니는 많은 장애인들을 보면서 “안녕하세요.” 하던 4일 동안이 벌써 끝이 나버렸다. 내가 그분들을 좀 더 기쁘게 해드렸는가를 생각하면 더 해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쉽고, 혹시나 그분들이 우리를 찾으실까 하는 걱정도 든다.

생활관에 가서 아침마다 식사봉사를 했는데, 내가 맡은 방에는 정신은 멀쩡하신데 아예 움직이지 못하시고 누워만 계시던 할머니가 있었다. 식판을 받아와서 숟가락에 밥을 조금 들어서 부드러운 반찬만 얹어서 입안에 넣어드렸는데, 안에 이도 없으셔서 힘겹게 씹어서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넘기시는 모습이 너무나도 힘겨워 보였다.

문득, 내가 만약에 저분처럼 내 의사대로 식사, 용변보기 등의 이런 간단한 행위도 내 의지대로 할 수 없게 된다면, 정말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곳에 계신 분들은 웃음을 지으시고 고맙다고 하시는 모습을 보니 그 분들은 현재 괴로움, 고통에 살고계시지 않고 행복하게 사시는 것 같았다. 물론 그분도 처음에는 좌절하고 괴로움의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분들은 그런 고통의 시간을 참아낸 후의 지금은, 비록 몸은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마음과 정신만큼은 비장애인들 보다 훨씬 맑고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았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식사, 용변들도 자기 스스로 못하시는 생활자 분들을 보니 조금만 힘이 들면 불평불만을 하며 살아왔던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심지어 몸에 파리 한마리가 붙어도 그것 하나 떼지를 못하시고 방밖을 돌아다니지도 못하시지만 내면에서 행복을 찾고 사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지가 멀쩡한 내가 여태껏 부정적으로 불평만을 했던 게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마지막 날 밤에 장기자랑을 했을 때는, 정말 감동의 물결이었다. 아이들이 장기자랑을 하자 무대 앞에 나와서 덩실덩실 춤을 추시는 장애우들이 있었다.

우리의 장기자랑 하나로 그 분들이 너무나도 기뻐하시고 좋아해 주셔서 너무 기쁘고 뿌듯했다. 마지막에는 영일고등학교 학생 모두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을 합창 했는데, 우리들의 한 목소리를 들어주시는 장애우 분들을 보니 그곳에서 보낸 3일과 그분들의 미소들이 떠올라 눈물이 나서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없었다. 노래를 끝내고 나니 우리 방에 계셨던 미영씨가 휠체어에 앉아서 울고 계셔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분들이 우리의 진심이 담긴 합창을 듣고 더 행복해 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 노래의 답가로 알려진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라는 노래가 있는데,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그리고 그 사랑 전하기위해 주께서 택하시고 이 땅에 심으셨네.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그분들이 불편한 몸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이라는 것을 아시고, 그분들이 힘을 얻고 더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3박 4일 동안 내가 그들에게 전할 수 있는 봉사는 그리 크지 않았는데, 오히려 내가 배우고 온 것이 훨씬 많다. 사지가 멀쩡한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고, 앞으로 살면서 외부의 조건에 의한 불평불만을 하지 말아야 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부의 조건에서가 아닌 나 스스로 내면에서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퇴소식을 마치고 강당을 나오는데 한 장애우 분께서 우리가 떠나는 걸 아시는지 내손을 잡고 만지작 만지작 하시며 날 바라보셔서 떠나기가 너무 슬펐다. 왠지 우리가 떠난 후의 아침에 식사 봉사하러 오는 고등학생들이 또 안 오냐며 혹여 찾으실까 마음이 찡하고 아프다. 자원봉사를 했던 3박 4일 동안 내가 드린 도움이 그분들께 사랑과 행복으로 전해지고 앞으로 두고두고 추억이 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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