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과 소비자 위한 일꾼으로 자부심 가지겠다”

경북 의성출신의 김주수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사장은 의성 교촌초등학교와 안계중학교, 대구상고를 거쳐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18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주수 사장은 농림부 유통국, 축산국, 농정국, 식량국을 두루 맡아 자타가 공인하는 농정전문가로 꼽힌다. 농림부 차관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 뒤 경북대 초빙교수로 지내다 지난 2006년 9월부터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 사장을 만나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한 추억과 농림부 공무원으로서 펼쳤던 정책, 그리고 서울농수산물공사 사장으로서 현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농촌서 보낸 어린시절, 공직생활의 계기

축산 시장·농협개혁 분야 등 특히 애정

행안부 평가 4년 연속 우수기관 등 선정

-고향에서 어린 시절 추억으로는 어떤 것이 생각납니까.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학생이 몇 명 안돼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었습니다. 1학년 2학년 때는 흙벽돌 교사에서 공부했고, 3학년 때는 의자도 없어서 마룻바닥에 앉아서 공부를 했습니다.

방과 후에는 농촌생활 그대로 지냈습니다. 소 먹이러 가고, 개구리나 밀사리 콩사리 해먹었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그런 기억들이 결국 공직생활도 농림부에서 하게 된 계기가 된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이 학교를 다녔던 친구 가운데 우동기 전 영남대 총장과는 지금도 자주 연락하며 지냅니다. 총장직을 마치고 지금은 미국에 공부하러 가는 바람에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말입니다.

-어릴 때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어릴 때부터 공무원이 꿈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군수를 한번 해봐야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시골에서 살다 보니 군수가 가장 높은 벼슬이었던 까닭이겠지요.

-처음 공직생활을 할 때 에피소드가 있다면.

▲저는 대학 4학년 때 행시 18회로 공직에 입문했고, 고향인 의성군에서 수습생활을 했습니다. 당시 의성군수는 한명환 전 대구시장이었는 데, 그분으로부터 공무원으로서의 마음가짐 같은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

의성지역이 그 당시만 해도 가문 지역이 많아서 아침마다 업무용 지프차를 타고 다니면서 현장을 둘러보곤 했습니다. 한 군수님은 제가 하숙하던 집에 새벽같이 와서 저를 불러 현장에 함께 다니곤 했습니다. 그때가 1976년쯤이었는 데, 한 군수님이 했던 말 중에 “5% 열심히 하는 사람이 사회를 이끌고 간다”고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중앙부처에는 어떻게 가게 됐습니까.

▲의성군에 근무하는 동안 내무부에 있으라고 했는데, 시골에 있기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중앙부처인 총무처에 갔다가 조직국 조직과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에너지 위기 때였는 데, 전 총무처 장관을 지냈던 김형윤 당시 과장이 일본어로 쓰인 책을 주면서 참고로 해서 동자부를 한번 만들어보라고 하는 겁니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일본어를 다 잊어버렸는데, 할 수 없이 다시 일본어 학원을 다니면서 책을 번역해 동자부를 만들었습니다.

-군 생활은 어떻게 했습니까.

▲동자부가 상공부에서 분리되면서 저도 동자부에 있었는데, 어느 부처로 갈지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다 일단 군대를 다녀와서 어느 부처로 갈지 정하자고 마음먹고, 해군장교로 복무했습니다. 군에서는 주로 일본 무기체계에 대한 자료를 번역하고, 전투정보 분석을 많이 했죠. 흔히들 군대서 요령 부리는 법을 많이 배운다는 데, 저는 어디 있든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어선지 상관들에게 인정은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농림수산부에서 오래 일했는데 농림부에 가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군 복무를 마친 뒤 복직해서 총무처에 있다가 어릴 때 농사짓던 기억이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농민을 위해 한번 일해보자는 결심을 하면서 농림수산부에 근무하게 됐습니다. 농림부에서 저만큼 고루고루 국장급 보직을 한 사람은 드물 겁니다. 축산·농정·유통·식량국장에다 공보관까지 했으니까요.

-농림수산부 근무할 때 유달리 현안을 많이 다뤘던 것 같습니다.

▲농림부 차관보로 근무할 때 한·칠레 FTA 비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농업분야 정책을 해보니까 처음 WTO로 개방한다고 하면서 사과나 배, 모든 게 오픈된다고 보고 피해액을 발표한 뒤 쌀·배·포도가 제외돼 실제는 피해액이 줄어도 이런 부분들을 설득하는 것이 어려웠죠. 심지어 고향에 가니까 저보고 개방의 원흉이라고 하던데, 농정전문가로서 우리 농민의 피해를 적게 하려고 하고, 기금도 만들고 했는데, 그런 노력들은 잘 알아주지 않더군요. 그저 누가 농촌을 위하고, 농민을 위한 일을 했는지 나중에는 다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일을 했습니다.

-농림부에서 했던 일들 가운데 기억나는 일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공무원 때 제 별명이 `해결사`였습니다. 동료들 말로는 JQ(잔머리 IQ)가 낮아서 힘든 일만 맡게 돼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농림부 축산국장을 맡았을 때는 구제역이 오고, 유통국장을 맡았을 때는 쌀 재고가 100여만석밖에 없어서 비상이 걸렸고, 차관할 때도 DDA 협상과 프레임워크 합의할 때였고, 쌀 재협상과 농협개혁 문제 등 현안이 산적했었죠. 어쨌든 농림부 근무할 때 양정제도 분야와 축산 시장분야, 농협개혁 분야 등이 특히 애정을 갖고 했던 일들입니다. 지난 1992년쯤 유통국 시장과장으로서 도매시장 32개를 설계했는데, 현장에 와보니 생각이 달라지네요. 그때는 현안에 파묻혀 멀리, 깊게 생각할 틈이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공직생활을 돌아보면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지난 1976년 공직에 들어가 2004년까지 만 28년 6개월의 공직생활을 했습니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라면 농림부 축산국장할 때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을 위해 3개월을 상황실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고생하면서 극복했던 일, 그리고 식량위기 때 재고가 100만석 남짓밖에 없어서 고심하던 차에 단군 이래 최대 풍작이 들어서 극복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도 느꼈습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죠.

▲서울시가 건립, 관할하는 도매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 투자기관입니다. 지난 1984년 설립돼 현재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가락시장과 2004년 개장한 강서시장, 그리고 양재동 양곡도매시장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일 평균 9천861t(145억원)의 농수축산물을 거래하며, 전국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의 21%를 판매하는 최대 시장입니다. 특히 가락시장은 54만㎡의 부지에 약 4천여개의 업체, 2만여명이 종사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규모인 가락농수산물 시장에서는 어떤 현안이 있습니까.

▲가락시장의 기능 가운데 중요한 것이 대한민국 농산물 기준가격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대형유통업체나 백화점에서 매겨지는 기준가격의 역할을 하죠. 전국 최초이자 최대규모로서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을 합하면 수도권 농수산물 유통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또 농어민들에게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대금결제나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의 이익을 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은 시장의 기본적인 기초질서가 안돼 있어 이런 일을 바로잡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즉 주차문제, 교통문제, 그리고 청소상태, 환경, 그리고 상인들이 도로변에 상품을 내놓는 무질서행위 등이 만연돼 있었습니다. 이제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또 10여년간 논란이 돼 왔던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방침을 확정 짓고, 올해부터 사업비 5천40억원의 시설현대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친환경농산물 판로를 마련하고, 친환경 급식사업을 실시하기 위해 내년 3월부터 강서시장내에 2천평 규모의 친환경농산물급식유통센터를 건설 중입니다.

-최근 사장으로서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3년 임기를 연임하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공사의 기능과 역할을 시장관리 중심에서 신성장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시설보수, 질서유지 등 단순 반복업무를 아웃소싱해 정원의 15%를 감축했습니다.

보통 경영혁신을 추진하면 노사간 의견이 맞지 않아 파업 등 노사분규가 발생하고 조직이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우리 공사는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수차례에 걸친 노사협의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경영혁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큰 마찰 없이 서울시 5개 투자기관 중에 가장 먼저, 가장 모범적으로 조직슬림화를 완료했습니다.

이런 경영성과들로 행정안전부 공기업 평가결과 4년 연속 우수기관 및 농식품부 개설자 평가 5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지금은 농정전문가로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사장으로서 맡은 일을 충실히 하고자 합니다.

다만 여러 고향분들이 혼자 편하게 지내려만 하지 말고, 고령화로 힘든 고향 의성의 발전을 위해 나서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고향을 돕는 데는 여러 가지 길이 있고, 나름대로 도움이 될 만한 일도 많이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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