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부터 사흘동안 열릴 예정이었던 포항 영일촌 한우축제가 갑작스럽게 취소되면서 행사를 주최·주관한 포항시와 해당 기관단체들이 여론의 강한 질타를 받고 있다.

대목인 추석을 앞둔 상황에서 포항시와 포항축산농협, 공동주최사 등이 영세 축산업자에 대한 배려 없이 일방적으로 행사를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포항시와 포항축산농협, 모 주최사는 `지역 대표 축산물 브랜드인 영일촌 한우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FTA 수입개방에 따른 축산농가의 대외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25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포항 영일촌 한우 축제`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24일 포항 영일촌 한우축제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포항시와 모 공동주최사는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지역 영세 축산업자들이 행사장 인근에서 반대 집회를 신청한 것이 그 이유다.

영세 축산업자들은 “일년 중 딱 한 번인 추석 대목을 앞두고 거의 헐값이나 다름없이 고기를 파는 것은 지역 영세업자들을 말려 죽이는 일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포항시와 주최사 측은 신종플루 확산 우려를 내세우며 행사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 지역 축산업자들의 불만을 무마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정이 취소되자 이번엔 부대 행사로 열릴 예정이었던 야시장 참가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

야시장 상인들은 행사 기관 측이 자진철거를 요구하자 각종 시설비와 행사 취소에 따른 영업손해 등을 이유로 보상을 요구하며, 이날 자정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이에 포항시는 직원 수백여명을 투입해 사태를 수습하려 했으나, 이 과정에서 일부 상인들이 쇠파이프까지 동원하는 등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포항시 직원 1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상인 100여명(경찰추산)과 포항시 공무원, 경찰과 소방 등이 얽힌 이번 대치는 다음날인 25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결국 25일 정오께 주최사 관계자가 상인들에게 계약금 등으로 1천만원을 주면서 협의가 이뤄졌고, 상인들은 이날 오후 자진 철거했다.

이처럼 상인들의 반발은 일단락 났지만, 포항시와 해당 기관들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무리하게 행사를 추진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포항시는 이번 행사를 위해 주최 측에 예산 2천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환수 등 후속 조치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시 예산 2천만원은 이미 행사 주최사에 지원된 상태이며 취소된 지금 사업비 환수 등의 조치는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희·김남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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