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소음으로 피해가 발행했다면 엄밀한 입증 자료가 없어도 건설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피해 정도를 정확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공사장 소음 관련 소송도 의료사고 소송처럼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판결이어서, 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임채웅 부장판사)는 박모씨 등 서울 행당동 아파트 주민 169명이 인근 아파트 공사장의 소음으로 피해를 봤다며 두산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거지 옆에서 시행되는 아파트 공사 소음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실제 소음을 측정한 자료가 제시되지 않더라도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하는 소음이 도달하는 거리 내의 원고들에 대해선 위법행위와 손해의 발생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행정기준 등을 참조해 이번 사건 소음의 수인한도를 65dB(데시벨)로 설정해,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 피해 기간 중 1인당 월 4만원으로 계산한 금액(총 3천700만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반적인 손해배상 사건은 원고측이 피해 정도를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공사장 소음은 발생 시점에 일반인이 실제로 측정해 입증 근거로 삼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한 법률 전문가는 “이번 판결은 소음 피해자들의 입증책임을 완화함으로써 손해배상청구권 인정을 용이하게 하고, 공사장 소음 관련 사건의 합리적인 배상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