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출신의 남효채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가 지난달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인 한국지역진흥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해 4월 총선때 영양·영덕·울진·봉화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뛰며 국회 입성을 노렸던 그는 한나라당 공천 탈락후 출마를 포기하고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을 도왔다.

영남대 출신으로서 행정고시에 최연소 합격해 지역사회에서 이름을 날렸던 남 이사장을 서울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나 공직시절의 추억들과 근황, 포부와 바라는 것들에 대한 얘기들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공직을 꿈꾸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어릴 때 가난하게 자랐습니다. 그래서 가장 안정된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와 국민들에게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가였죠. 그런 걸 생각하니 공무원이 내가 생각한 것을 이뤄줄 수 있다 싶었습니다.

-공직생활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이 있다면.

▲영양군수로 있을 때 중앙과 도의 예산을 많이 따내 지역개발을 추진할 수 있었던 때입니다. 이 때문에 주민소득사업을 전무후무하게 가장 많이 했던 것으로 알려졌죠. 또 도와 중앙에서 근무할 때 고향 영덕의 장기발전을 위해 예산지원을 많이 하도록 하고, 국가개발계획에 영덕이 포함되도록 애썼던 일도 보람있는 일입니다.

-한국지역진흥재단을 맡았는 데, 어떤 일을 하는 곳입니까.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인 데, 각 지역별, 권역별 문화·사회나 생산품 정보, 기업투자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체계화하고, 알리고, 그것이 지역진흥을 위해 국내외 사람이나 자본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제 업무파악이 끝났습니다. 앞으로 조직을 키우고, 인력이나 재정, 사업규모를 적극 키워야 조직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할 작정입니다.

-대구·경북사람들에 대해 비판적인 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입니까.

▲`자기 팔 자기 흔들기`식의 행태나 안 그런 척 하면서 무척 이기적인 태도를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남이나 충청, 경인지역 사람들에 비해 교양이나 문화가 없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리더들이 자기 이익만 알고, 다른 사람들을 챙기지 않는 것이라고 봅니다. 유독 예외적인 것이 경북고 동창들만은 자기들끼리 다한다는 평판을 받고 있죠.

-대구·경북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노장들은 `공성신퇴`(功成身退:공을 이룬 뒤에는 스스로 물러난다)를 알아야 하는 데, 그게 돼야 합니다. 이런 점은 저도 부끄럽습니다. 나이들어 보니 소명의식이나 이념, 투쟁은 없고, 자기의 생명감이나 존재감 느끼기만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쨌든 이 시대와 이 경제에 맞는 대구·경북지역사람의 장점을 키워서 구체화해야 하고, `빨리빨리` 또는 `대충대충`에서 긴 안목 큰 시야와 참을성을 가지고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동해안 발전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봅니까.

▲20년만에 지역발전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났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기지개 펴다가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하루빨리 지역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창의력과 창조성이 있는 약간의 이단(?)이라고 할까요, 이른바 `괴짜 정치인`이 자치단체장을 맡아 지역발전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지휘관이 능력있는 공무원들에게 영혼을 불어넣어주고, 개인기를 키워주고, 외부의 선각자집단, 즉 지식인이나 기술인들과 연결시켜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지휘관이 소명의식을 갖고 일하는 지역은 부쩍 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남 여수나 함평, 경기도 성남 같은 경우가 그런 모델이라고 봅니다.

-미래에 대구·경북지역이 잘 살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창의력을 가진 우수한 개인들이 팀웍을 이루고, 신기술 자본주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신 산업분야에 지역 잠재력이 투입되고, 10~20년 후를 내다보는 우리 지역 특유의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유독 경북지역만 통합움직임이 없다는 얘기만 해도 그만큼 공부나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일명 `7부능선`에 있는 여론주도층들이 먹고살만 하니까 노력을 하지 않는 겁니다. 충청도의 경우 `이회창`카드를 다시 살려서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도 충북 오송과 공동선정되는 바람에 앞으로 10~20년 지나면 대구지역에는 하청업체 몇개밖에 남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많이 생각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지방행정에 국한해서 말한다면 어떤 것이 될까요.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면, 깔아주고, 엮어주고, 키워주면 될 것입니다. 먼저 신뢰나 반부패, 공정한 경쟁 등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깔아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기술과 자본, 지식이 통섭·융합되도록 소통시켜주고, 엮어주는 것이 필요하며, 3차 혁명시대로서 개인의 시대에 맞게 지역에 먹을 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우수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지방자치 단체장들은 혁신적인 사고로 지역발전에 나서야 하고, `표모으기`만 하는 행태는 버려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내년 지방선거나 향후 총선에 나갈 계획이 있습니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는 절대로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 사실이 영덕지역 신문에 대서특필된 적이 있습니다. 절대로 나가지 않을 작정입니다. 정치인이 돼야 하는 총선은 더 말할 게 없습니다. 능력이 모자라기도 하고, 제게 맞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행정가 또는 대학교를 맡아 책임지고 운영하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런 분야의 공부도 했으니 말입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남효채 한국지역진흥재단 이사장은

남 이사장은 1952년 9월7일 경북 영덕군 지품면에서 태어났다. 영덕초등학교와 영덕중학교, 경북대 사대부고를 거쳐 영남대 법정대를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미국 워싱턴대 대학원에서 각각 도시계획학 석사와 정책분석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영남대 3학년 재학중인 지난 1973년 제13회 행정고시에 최연소 합격했으며, 이후 해군장교로 복무한 뒤 경북도 법제과장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이어 내무부 계장, 경북 영양군수, 군위군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 등을 거쳐 상주시장, 구미·포항 부시장, 행정자치부 감사국장, 경북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했다. 이후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상임감사를 지냈으며, 현재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지역진흥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