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직을 던진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얼굴에 결기가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계기로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온건 합리주의자로서의 이미지는 더 이상 보기 어렵게 됐다.

특유의 넉넉한 미소가 사라진 정 대표에 대해 한 초선 의원은 26일 “눈빛부터 달라졌다. 다른 사람 같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미디어법을 둘러싼 여당과의 극한 대치 과정이, 성공한 기업인 출신인 그를 `투사`로 바꿔놓은 것으로 보인다.

“딴 건 다해도 밥은 못 굶겠다”던 그였지만, 미디어법이 통과된 후에도 단식은 이어졌다. 24일 의원직 총사퇴 결의를 끌어내면서 엿새 만에 단식을 풀고 병원에 입원했으나 의료진의 만류에도 25일 저녁 서울역 규탄집회 참석을 강행했다.

이날 집회에서 정 대표는 “무효화 투쟁을 강력히 전개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거듭 다짐하면서 “모든 것을 걸고 싸우자”고 독려했다. 정 대표가 말한 `모든 것`에는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의 여름 휴가도 포함됐다.

정 대표 자신도 의원직 사퇴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는듯 내주 국회 의원회관내 의원실을 폐쇄하고 보좌진을 해촉키로 하는 등 신변정리를 마친 상태다.

이 때문에 정 대표가 선두에 선 미디어법 무효화 투쟁이 끝 모를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서울역 집회를 시작으로 최소한 앞으로 100일간 전국 순회 시국대회와 함께 거리홍보전과 1천만명 서명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정치권에선 특히 정 대표가 제시한 `대장정`의 기간이 100일이란 점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앞으로 100일이 시기적으로 재보선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정 대표의 대여 강경투쟁이 미디어법 무효화와 함께 재보선 승리를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