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장편소설 분야에서 한국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문학동네작가상의 열여덟번째 수상작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문학동네)가 출간됐다. 김영하, 조경란, 박현욱, 박민규, 안보윤, 정한아, 장은진, 황현진 등 수많은 신진작가들을 발굴하며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켜온 문학동네가 올해 야심차게 선정한 이 장편소설은 유려한 글쓰기로 풀어낸 우리 시대 청년들의 아릿한 성장담이다. 매력적인 인물들이 여린 마음을 어르고 눙치며 마침내 서로 감싸안는 이야기의 싱그러운 속살이 읽는 이에게 잔잔하고 나긋나긋하게 전해진다. “나 좀 좋아해줘”라고 말하면서 “시간 있으면”이라고 전제를 다는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거침없이 살기에는 너무 거친 이 시대를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나이든 소년·소녀 들의 자화상이라 할
하성란의 다섯번째 소설집 `여름의 맛`(문학과지성사)이 출간됐다. 네번째 소설집`웨하스 이후 7년 만에 만나는 소설집이고 신작으로도 장편소설 `A`이후 3년 만이다. 최근 2013년 황순원문학상 수상 소식과 함께하는 반가운 만남이다. `여름의 맛`에는`두 여자 이야기` `여름의 맛` `알파의 시간`(현대문학상), `그 여름의 수사(修辭)`(오영수문학상)와 더불어 `카레 온 더 보더`(황순원문학상) 등 한여름을 추억하며 읽기 좋은 10편의 작품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하성란만큼 난장(場)의 삶을 정확히 직시하고 있는 작가는 드물다. 그동안 그녀는 우연과 폭력의 양면성을 가진 삶을 스스로 양자 우주 속의 입자가 돼 증명하는 소설을 써왔다. 그런데 이번 소설집에서는 좀더 `바라보는 데` 초점을 둔
베스트셀러 장편소설 `마당깊은 집`의 소설가 김원일(71)이 최근 자전소설 `아들의 아버지`(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50년에 걸쳐 착잡한 우리 세계의 진실을 찾아 한국전쟁과 분단 비극을 파헤치는 데 주력하며 `분단 소설의 미학`을 보여준 김 작가는 `아들의 아버지`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 곳곳에 희미하게 등장했던 `아버지`의 생애를 추적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가상 인물을 앞세우지 않고 자신이 직접 자신의 이름으로 등장해 정면에서 아버지를 마주한다. 전쟁 중 아버지가 월북한 뒤 삯바느질로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는 어머니 아래서 누나와 두 사내 동생과 함께 `마당 깊은 집`에 세 들어 살며 호되게 장자의 역할을 종용하는 어머니를 가짜 어머니로 의심하는 과정을 통해 시대에 빼앗긴 어머니 찾기를
성석제 작가가 2008년 출간한 `지금 행복해` 이후 5년 만에 신작 소설집 `이 인간이 정말`(문학동네)을 펴냈다. `속도`가 중요해지고 그것이 가지고 오는 `변화`에만 관심을 두는 오늘. 하물며 기후마저 여기가 어딘가 싶게 바뀌고 있는 요즘. 이렇게 울퉁불퉁해진 세상에서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에” 집중하는 그의 이야기가 반갑기 그지없다. `작가의 말`에서 “유년기와 첫사랑, 청춘 시절처럼 오래된 기억은 천억 개가 넘는 뇌세포 가운데서도 안쪽 깊숙한 데 숨어 있었다”라고 적고 있듯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작품에는 작가의 기억으로 포장된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 작품 `론도`는 단순 접촉사고에서 시작된 차와 보험에 얽힌 사건들이 `동일한 주
2004년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면서 시단에 나온 조영석 시인의 두번째 시집 `토이 크레인`(문학동네)이 출간됐다. 첫 시집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2004년 당시 등단 심사평에서, “참신한 상상력이 가벼운 재치나 산만한 진술로 추락하지 않고 미적인 합리성을 가진 구조를 얻고 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는 시인은 2006년 출간한 첫 시집 `선명한 유령`을 통해 동시대 몇몇 시인들이 보여줬던 난해함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드러냄으로써 그의 시적 가능성을 확인하게 해줬다. 시인은 그 첫 시집에서 우리의 삶의 현장을 정글로 바라보며, “육식성”의 사회 속에서 “초식”의 삶을 꿈꾸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속적 현실과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일상잡사의 이면에 감춰진 전
다양한 인간관계와 계속되는 업무로 지치기 쉬운 직장인들. 특히 직장에서 즐겁게 일하고 성공하는 싶은 30, 40대 직장인들에겐 인간관계론과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연마하는 것은 필수랄 수 있다. 포스코 패밀리사 포스코터미날 곽정식 상무가 최근 펴낸 `생존과 자존`(도서출판 작가)은 올해 30년차 직장인인 저자가 삶과 사회생활을 주제로 직장인에게 조언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대 경쟁사회에서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처세서다. 포스코에서 투자, 구매 등 기본 업무는 물론 유엔에서 동구권 경제부흥 업무 등 다양한 일을 소화한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나름대로 깨우친 처신과 운신의 지혜를 틈틈이 정리해 직장인이라면 보편적으로 느끼는 고민의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책은 총 81편의 간결
강명수 포항대 관광호텔항공과 교수의 번역서 `홀스토메르·무엇 때문에?`(지식을 만드는 지식)는 러시아의 문호인 레프 톨스토이의 중편 소설 `홀스토메르`와 `무엇 때문에?`가 실린 책이다. `홀스토메르`에서는 `남과 다름으로 인한 아픔`과 `늙고 병듦으로 인한 고통`이 `무엇 때문에?`에서는 거대한 국가적 폭력과 심리적 강압으로 인한 `한 인간의 실존적 아픔과 고통`이 나타난다. 톨스토이는 이 두 작품을 통해서 나와 다른 너도 `삶과 죽음`이라는 불변 항을 매개로 연결돼 있으므로 타인의 아픔과 고통, 소외와 불안에 대해 외면하지도 눈감지도 말 것을 넌지시 주문한다. 작가의 자아와 독자의 자아가 서로 뒤엉키며 울림과 반향을 낳는 중편소설 `홀스토메르`는 탄생에서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
미국인 전체 사망률의 50%를 차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시무시한 암이나 총기에 의한 살인? 아니다. 일종의 느린 자살, 즉 `자제력 부족`이 그 원인이다. 전체 미국인 가운데 흡연, 과음, 비만 등으로 죽는 사람이 연간 100만명에 이른다. 사상 최악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미군 총 전사자가 40만명임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수치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질병에 스스로를 내맡기고 천천히 죽는 길을 택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어떤 이는 사람들의 무지가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흡연이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 잘 알고 있으며, 그 가운데
여린 듯하면서도 강인한 시정신으로 지난 반세기 한국 시단을 오롯이 지켜온 `문단의 작은 거인` 민영 시인이 올해 팔순을 맞아 아홉번째 시집`새벽에 눈을 뜨면 가야 할 곳이 있다`(창비)를 펴냈다. `방울새에게`(2007)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어느덧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시인은 지나온 삶을 겸허한 마음으로 되돌아보고 아스라한 기억 속의 시간들을 회상하며 “자신에 대한 치열한 냉엄성과 이웃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겹치는, 냉엄과 온정이 공존하는”(김응교, 해설) 아늑한 서정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한평생 오로지 시의 외길을 걸어온 노시인의 묵직한 연륜과 단아한 기품이 서린 정갈한 시편들이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언어와 부드럽고 나직한 목소리에 실려 진실한 삶의 의미와 자연의 섭리
`안나와디의 아이들`(반비)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 캐서린 부가 인도의 도시 하층민들이 겪는 불안한 삶을 실화를 바탕으로 기술한 르포르타주다. 저자는 2007년 11월부터 3년 넘게 뭄바이 안나와디 빈민촌에 직접 머물면서 여러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3천건이 넘는 공공 기록을 조사하면서 도시 슬럼가의 비통한 현실을 기록했다. 저자는 안나와디 빈민촌에서 가난과 불행의 인간적인 초상화를 그리는 동시에 그것을 통해 세계화가 양산한 구조적 빈곤과 불평등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지 드러내고자 했다. 인도의 뭄바이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라는 점에서 그런 이중성이 가장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곳이다. 2천만명의 인구를 거느린 메가 시티 뭄바이는 그 한켠에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빈민촌을 형성하고
올해로 등단 26년째,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마디`로 작가생활을 시작한 구효서의 신작 소설집 `별명의 달인`이 출간됐다. 삶이 깊어갈수록 소설세계 또한 다채로워진 대표적 전업작가, 리얼리즘에서 모더니즘, 신비주의와 낭만주의 등 다양한 문체와 알레고리로 독자를 꾸준히 매혹해온 그다. `시계가 걸렸던 자리` `저녁이 아름다운 집`을 잇는 여덟번째 소설집 `별명의 달인`은 앞선 두 소설집에서 천착한 탄생과 소멸의 문제에서 벗어나 삶의 미묘함 그 자체를 조망한다. 죽음에 대한 사유 끝에 따라붙기 마련인 허무의식이 이번 소설집 곳곳에 스민 것은 그러므로 놀라운 일이 아닐 터, 그것이 삶에 대한 포기나 체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이 소설집의 빛나는 힘이 있다. 요컨대 삶은 유한하며 우리는 삶의 의
지난 2011년 미당문학상을 수상하며 시단의 주목을 받아온 이영광(48) 시인의 신작시집 `나무는 간다`(창비)가 출간됐다. 2000년대 한국 시단에서 하나의 `사건`이라 불릴 만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아픈 천국`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네번째 시집이다. “짐승의 비릿함과 사람의 고독, 시인됨의 긍지와 부끄러움, 사랑과 역사가 교차하는 밀도 높은 시의 몸”(함돈균, 해설)이 담긴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절정에 오른 시적 감각으로 무고한 죽음을 낳는 참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모순덩어리의 사회를 매섭게 질타하며 시대의 불합리한 폭력에 맞서는 결연한 시정신을 보여준다. 시대를 관통하며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예리한 통찰력과 섬뜩하리만큼 세밀한 묘사, 생동감 넘치는 정교한 언
고 박완서 작가의 미발표 산문과 소설을 모은 산문집 `노란집`(열림원)이 출간됐다. `노란집`은 박완서 작가의 장녀인 호원숙 수필가가 엮었는데 작가가 살던 경기 구리시 아치울 마을 `노란집`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콘셉트로, 한 편 속에 생을 옮겨다놓은 듯한 이야기가 마치 작가가 옆에서 동화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낌이 생생하다. 여기에 더해진 글 사이사이의 일러스트들은 일상의 피로를 잔잔하게 어루만지면서 삶의 여유와 따스함을 전달해준다. 책에는 `행복하게 사는 법`, `친절한 사람과의 소통` 등 산문 40여편과 `그들만의 사랑법`이라는 제목의 짧은 소설이 수록됐다. 수수하지만 인생의 깊이와 멋과 맛이 절로 느껴지는 노부부 이야기가 담긴 소설 `그들만의 사랑법`을 비롯해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예쁜
윤대녕의 일곱번째 소설집 `도자기 박물관`(문학동네)이 출간됐다.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23년째, 그간 특유의 여로 형식과 시적인 문장을 통해 인간 존재의 거처를 집요하게 탐색해온 그의 신작 소설집에서 우리는 윤대녕 소설세계의 연속성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그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깊이를 확보하며 새로운 소설세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발표된 총 일곱 편의 단편소설들은 그가 `작가의 말`에서 “고통에 대한 사유와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잦았던 것 같다”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일의 고통스러움을 보여주는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새삼스러운 지적이지만 윤대녕의 인물들은 그들
“고라니고라니고라니/ 고라니라고 중얼거리다보면 보인다/ 보현산 참새미/ 굴러오는 물방울 더미// 저쪽 고구마밭머리 멀뚱하니 선 채/ 먼 하늘/ 아득히 따라가는/ 눈 맑은 수수꽃다리 너// 보급투쟁 내려온/ 어린 파르티잔 같다” - `고라니` 전문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만수 시인의 7번째 시집 `바닷가 부족들`(도서출판 애지)은 우리들 삶의 구체적인 현실을 시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특히 육친의 사별에 대한 경험과 통증이 인간의 존재론적 사유로 나아가면서 곡진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것은 또 이웃과 마을과 바다로 외연을 넓히고 종종 막막하고 고독한 자아에 대한 성찰로 귀결되곤 한다. “생젖 흐르는 소리를 기다렸으나/ 아무것도 고여 들지 않았고/ 더 깊이 갇혀버린/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인`족첸 라마`이자 학자인 저자가 시간관리법에 대해 쓴 `붓다의 시간 관리`(판미동)가 출간됐다. 족첸의 족은 `완벽한`을, 첸은 `위대한`이라는 뜻을 말한다. 즉, 족첸은 티베트 전통에서 가장 높은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붓다의 시간 관리`는 족첸의 라마인 라마 수리야 다스가 쓴 시간 관리법이다. 라마 수리야 다스는 `붓다의 시간 관리`에서 진정한 시간 관리란 우리 각자가 의미 있는 삶을 향해 나아가게끔 만드는 인생 관리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불교는 시간과 그 운용 방법을 심오하게 다루는 학문이다. 나는 이를 통해 세상이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지라도 중심을 잃지 않고 조화롭게 사는 법을 공부해 왔다. 따라서 나는
보이지 않는 “유령”의 말과 `사건의 시학`으로 존재의 형성과 사건의 의미를 물으며, 매 시집마다 하나의 화두를 통해 자신의 세계, 세계의 언어를 살펴 확장시켜나가는 시인 김언의 네번째 시집 `모두가 움직인다`(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미당문학상과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상(2009), 박인환문학상(2012)을 수상한 후 처음 선보이는 이번 시집 `모두가 움직인다`에서는 사건을 형성하거나 포착하기보다 세계의 움직임을 단절 없이 담아내고 있다. 김언이 세계의 움직임을 담는 방식은 고착된 언어를 낯선 의미로 떠돌게 하는 데서 시작한다. 변기를 가져와 전시장에 가져다놓고 미술 작품이라고, 악기 연주 없이 침묵과 연주장의 소음만을 엮어 음악 작품이라고 일컬은 예술사의 익숙한 사건처럼,
2006년 사십대 중반의 늦깎이로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해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형권 시인의 두번째 시집 `전당포는 항구다`(창비)가 출간됐다. 생명력이 펄떡이는 이미지와 구수한 입담으로 민초들의 소박한 삶을 그린 첫시집 `우두커니`로 `새로운 민중서정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을 끌었던 시인은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삶의 현장에서 빚어낸 진솔한 언어로 자본주의 사회의 `낮은 생태계`에서 가난한 삶을 꾸려가는 서민들의 변두리 인생을 곡진하게 그려내면서 섬세한 감성의 실타래를 풀어놓는다. “거대도시 주변부 동네와 사람살이에 대한 증언”으로서 삶의 진정성이 오롯이 녹아든 시편들이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사람 안 들기 시작한 방에 낙엽이 수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독일에서 `문학의 교황`이라 불리는 폴란드계 유대인 비평가. 1920년 6월 폴란드 브워츠와베크에서 태어나 1929년 가족과 함께 베를린으로 이주했다. 베를린 피히테 김나지움 시절 독일의 문학, 음악, 연극 등에 심취해 대학 진학을 희망, 아비투어를 치렀지만 1938년 10월 제3제국의 유대인 탄압에 의해 1만 2천명이 넘는 폴란드계 유대인들과 함께 강제 추방당했고 바르샤바 게토에 수용됐다. 1943년 트레블링카 강제수용소로 이송되기 직전, 1942년 결혼한 아내 테오필라와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 한 농가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지켜준 주인 부부에게 세계문학 작품들을 이야기로 풀어 들려주며 열 달 넘게 숨어 지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폴란드군에 입대하여 정보부와 외무부 등에서 근무
사 년 전, 서른여덟의 작가 이석원은 첫 산문집 `보통의 존재`를 통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정밀하게 한 인간의 내면과 일상의 풍경을 보여줬다. 그가 꺼내놓은 내밀한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잊고 있었던 외로움과 심연을 맞이했고, 그의 이야기가 곧 자신의 이야기와 같음을 느꼈다. 그렇게 “보통의 존재”에 대해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했던 작가 이석원이 사 년 만에 장편소설 `실내인간`(문학동네)으로 돌아왔다. 이야기는 실연의 상처를 간직한 채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간 용우가 앞집에 사는 한 남자를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호기심 많고 활달하면서도 한편으론 유약한 성품을 지닌 용우는 매사에 강인한 모습을 보이는 남자를 친형처럼 따르게 되는데 실내인간은 바로 용우가 만난 사내 김용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소